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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명품 브랜드 '코리아'
입력2006-10-15 16:10:20
수정
2006.10.15 16:10:20
요즘 중동에서 잘나가는 나라로 아랍에미리트(UAE)가 손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생산의 8.7%를 차지하는 이 나라는 과감한 개방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제조업ㆍ무역ㆍ관광 등 산업구조를 다양화하면서 빠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2,500달러를 기록해 ‘중동의 싱가포르’라는 닉네임을 실감케 한다.
이런 UAE가 선망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한다. 막툼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는 얼마 전 “두바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기적을 만들고 있으나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의 기적은 따라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수출을 핵심요소로 삼아 빠른 경제성장을 일궈낸 우리 경제에 대한 부러움이 잘 나타난다.
해외에서는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지금부터 800여년 전 천하를 통일하던 몽골은 전체 인구 270만명 중 2만5,000명가량이 산업연수생으로서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또 몽골 산업연수생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이 몽고 외환수입의 무려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파견되는 사람들에게 미래 재벌이 탄생한다며 거창한 환송회를 해준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결혼하는 신부가 현대자동차 상트로의 키를 들고 가는 게 최대의 혼수감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상트로 브라이드(Santro Bride)’라는 말이 생겨났다고도 한다.
지금 세계 190여개국의 국민들이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비단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휴대폰은 세계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지난해 한해 동안 무려 2억개 이상 수출됐다.
조선산업은 우리나라의 독무대라 할 정도로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선박 가운데서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고가제품에 해당되는 LNG선박은 세계 발주량의 80%를 우리 기업이 수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니 ‘코리아’라는 브랜드 자체가 이제 명품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올해 무역은 유가 급등과 원화절상, 북한 핵실험에 따른 긴장감 고조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되고 무역규모는 6,000억달러를 웃돌게 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이로써 우리 무역은 지난해 5,475억달러로 5,0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6,000억달러 시대로 들어서게 됐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무역규모는 아프리카대륙 52개국의 무역규모(5,427억달러)를 능가하며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2개국의 전체 무역규모(6,430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사실 6,000억달러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금액이다. 1달러짜리로 늘어놓는다면 9,350만㎞로 지구에서 달까지를 5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100달러짜리 지폐로 쌓는다 하더라도 높이는 무려 720㎞로 에베레스트산의 82배에 달한다.
우리 경제는 무역과 함께 발전해왔다. 올해 수출 3,000억달러, 무역 6,000억달러의 고지 점령은 세계 12위 무역국,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우리 경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발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수출은 국가적 경쟁력의 척도로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해방 직후인 1947년 연간 수출이래야 350만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가 60년이 지난 지금 무역대국이 되기까지 밑거름 역할을 한 것은 기업인ㆍ근로자의 땀과 열정이다. 특히 인력ㆍ자금 등 여러 가지 제약을 극복하면서 해외시장을 누빈 중소기업인들이야말로 주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역규모가 커지면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무역증진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역증대에 대한 주창(主唱)을 잃게 되면 무역일선에서 신명이 날 수가 없으며 중소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커진다.
세계 각국은 개방화ㆍ세계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무역증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선ㆍ후진국이 따로 없다. 경제규모에 비해 무역비중이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마찬가지다.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하면 자국 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고 결국 국가경제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무역 6,000억달러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무역증진에 대한 열의가 과거보다 덜하지 않은지, 중소기업의 수출활동을 지원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지를 좀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우리가 새로운 좌표로 삼고 있는 무역 1조달러, 글로벌 무역 8강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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