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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노동시장개혁 의지로 노동계 압박

■ 저성과자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제시<br>한노총 '조건부 노사정 복귀' 제안 전면 거부<br>대화 재개 기대감 물건너가… 勞政 충돌 조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휴가에서 복귀하자 말자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노동계의 극렬 반대로 미뤄왔던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등을 담은 가이드 라인 제정을 정부가 연내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저성과자 해고 도입을 없던 일로 하면 중단된 노사정위위원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한국노총의 조건부 제안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식물상태의 노사정위에 노동계의 복귀를 압박하는 동시에, 노동계가 끝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 주도로 더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저성과자 해고'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를 위해 일정부분 양보할 뜻을 내비쳤던 한국노총은 격앙된 분위기여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2일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2일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직무능력이나 실적이 뒤떨어진 근로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조치 등을 당한 3개의 실제 사례가 담겼다. 정부는 고용유연성을 위해 저성과자 해고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일방적으로 쉬운 해고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반발해 왔다.

이날 자료도 저성과자 해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게 아니라 노동계가 갖고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법원의 판례를 통해 불식시켜 노사정 대화 복귀를 촉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것은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과 판례를 뛰어넘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능력중심의 합리적인 인적자원관리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이 장관이 휴가 복귀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불참을 지속하면, 정부 주도의 노동시장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연일 노동시장 개혁을 핵심 의제로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가 아니면 사실상 개혁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보고, 노동계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도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취지로 읽혀진다.

노동계는 격앙된 분위기이다. 최근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조건부 노사정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도, 그 조건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자료를 바로 발표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최소한의 요구 조건만 내걸고 노사정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정부가 이를 전면 거부했다"며 "대화하자는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기습 발표로 한국노총의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받아들여 노사정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건너 가게 됐다. 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으로 하투(夏鬪)가 격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 요건의 경우 법원의 판단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 처럼 쉬운 해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 여론도 돌아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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