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지난 1952년 이후 58년 만에 가장 많은 현금을 회사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들이 경기 회복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해 이처럼 많은 현금을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말 현재 금융회사를 제외한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및 단기유동 자산은 1조8,4000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6% 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52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국내 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한다. 또 기업의 총 자산 대비 현금 보유비율은 1963년 이후 최고치인 7%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금이 여전히 왕'이라는 기업 경영자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지만 아직은 경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많은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은 이익 또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고용 또는 투자 확대에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유럽 발 재정위기와 미국 채권시장의 안정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 점도 현금 보유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WSJ은 "기업이 현금을 많이 쥐고 있다면 제로금리로 사실상 손실을 보기 때문에 앞으로 현금 보유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특히 주주들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불만을 나타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처럼 가계는 계속 부채를 줄여나가고 있다. 가계 부채는 1ㆍ4분기말 현재 13조5,400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3ㆍ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미국의 가계부채는 FRB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4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국인들의 과도한 차입은 금융 위기를 부른 부동산버블의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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