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은 기업의 목표와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나옵니다. 내가 브라운사와 40년간 일하면서 한 기업의 통합 이미지를 구축한 것처럼 말이죠." '산업 디자인계의 바이블'로 불리는 디자이너 디터 람스(88)가 국내 기업인과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람스는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 일본 브랜드 '무지'의 후카사와 나오토 등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디자이너들이 정신적 지주로 꼽는 인물이다.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첫 국내 회고전에 맞춰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람스는 디자인과 기업의 협력 및 동행관계를 강조했다. "디자이너가 기업과 함께 일을 할 때는 마케팅 부서의 방향과 지시 아래에서 일하는 구조여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의사결정자인 최고경영자(CEO)의 방향성과 발맞춰 나가야 합니다. 지난 1955년에 두 형제가 세운 작은 회사 브라운에 입사한 제가 40년간 디자이너로서 기업의 통합 이미지 구축에 동참한 것은 흔치 않으면서도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일반화돼야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람스의 철학은 이번 전시 제목과도 같은 '레스 앤 모어(Less and Moreㆍ더도 말고 덜도 말고)'와 일치한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디자인 십계명'으로 요약해 후배들에게 전한다. 그는 "좋은 디자인(Good Design)은 혁신적이며 유용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직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최소한의 디자인이어야 한다"며 "순간적으로 현혹시키면 나쁜 디자인이고 시간을 초월하며 어디서 사용하든 마치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줘야 좋은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단순함(Simplicity)'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 제품들은 고품질ㆍ대량생산체제 속에서 고유의 역할은 물론 사회적 기능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수록 단순함과 분명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7일 개막해 내년 3월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앞서 2008년 오사카 산토리미술관에서 시작한 세계 순회전으로 도쿄ㆍ런던ㆍ프랑크푸르트를 넘어 서울에 왔고 내년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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