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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 "패닉상태"

"금융위기·불황에 '바늘구멍' 희망마저 사라진다"<br>더 좁아진 채용문 앞에선 '빵빵한' 이력서도 소용없어<br>중기로 눈돌려도 사정 비슷 <br>동문과 일대일 상담등 대학도 '취업률 제고' 박차


지난 8월 단국대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한 허모(29ㆍ남)씨. 그는 요즘 눈을 뜨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고 일어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채용시장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훑어보며 헛헛한 마음에 아침식사는 대충 건너뛴다. 습관적으로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뒤적인 뒤 “이번에는 면접을 볼 수 있을까”하는 희망으로 메일함을 확인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입사지원서를 낸 곳이 벌써 20여군데. 그러나 면접 볼 기회도 없이 모두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학점 3.55(4.5만점 기준), 토익 935점, 1년간 러시아 어학연수로 갈고 닦은 외국어 실력. 그가 갖춘 ‘스펙(구직에 필요한 학력ㆍ학점ㆍ토익점수 등)’은 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이 늘어나며 취업시장에 ‘빵빵한’스펙을 갖춘 인재들이 넘치다 보니 이 ‘스펙’은 ‘기본’이 돼버렸다. 러시아어능력검증시험(토르플ㆍTORFL)1급 자격증도 땄지만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반 년이 넘게 토익에만 매달려 점수를 올렸고 토르플(TORFL) 1급 자격증까지 갖고 있지만 어느 한 곳 서류 통과한 곳이 없다”며 “졸업한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변 친구들 10명 중 2명 정도만 겨우 취업이 된 상황이라 취업 준비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예상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채용문을 좁히면서 예비 졸업생뿐만 아니라 허씨와 같은 취업 재수생들은 어느 때보다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간간이 신입 채용공고가 뜨기는 하지만 대기업은 대부분 경력직에 집중돼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모(25ㆍ여)씨는 취업 준비생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한마디로 ‘패닉 상태’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같은 조건으로 지원해도 상반기와 하반기를 비교하면 서류 통과율이 절반도 안 돼 취업 준비생들은 ‘설마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분위기”라며 “목표로 한 수출보험공사는 채용계획이 아예 없어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욕심을 버리고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2월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한 최모(여ㆍ26)씨는 몇 달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외국항공사 면접을 봤다는 그는 “면접이 끝나고 실무자 선에서 ‘OK(합격)’연락이 왔는데 나중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 채용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침체 영향에 더욱 민감한 중소기업은 갑자기 채용을 취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부터 당장 학교 홈페이지에 취업률을 공개해야 하는 대학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학마다 분야별 동문 선배 초청 특강을 비롯해 각종 취업 관련 행사를 열며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앙대 취업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예년과 같이 주요 기업 등에 진출해 있는 동문을 초청해 일대일 상담을 주선하고 면접 클리닉, 자기소개서 작성 특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업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취업은 경기여파에 직접 영향을 받는 기업이 얼마나 채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커 학교 측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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