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행 등 흔히 얘기하는 좋은 일자리 취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학점이 아닌 영어 성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한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대다수 구직자들의 학점은 고만고만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 2008년 8월과 2009년 2월 국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1,106명을 대상으로 스펙 쌓기 실태와 취업 경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공공부문∙금융계∙외국계회사 등의 정규직을 '좋은 일자리(decent job)'로 규정한 뒤 다양한 분야에 취업한 구직자들의 학점과 영어 성적, 가구 소득 등을 '좋은 일자리 취업자, 미취업자, 기타 취업자'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학점(4.5점 만점 기준)의 경우 좋은 일자리 취업자와 미취업자는 각각 평균 3.64점, 3.62점으로 비슷했다. 기타 취업자 역시 3.60점으로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토익점수(990점 만점)와 어학연수 경험의 차이는 매우 뚜렷했다. 좋은 일자리 취업자의 토익 평균은 808점으로 미취업자(757점)와 기타 취업자(735점)를 압도했다. 어학연수 경험 비율도 각각 26.8%, 17.9%, 18.4%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자 중에서도 전체 평균보다 높은 학점을 받은 이의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은 37.4%에 불과했지만 전체 평균을 웃도는 토익점수를 획득한 이들의 경우 45.9%가 양질의 일자리를 꿰찼다.
채 위원은 "과거 기업들이 학점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대학과 학생 모두 학점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더 이상 학점이 유용한 선발기제로 기능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토익점수는 가구 소득 수준에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월 소득 수준을 ▦200만원 미만 ▦200만~500만원 ▦500만원 이상 등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학점은 각각 3.60점, 3.62점, 3.63점으로 비슷했지만 토익은 750점, 757점, 817점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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