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질서를 견제하는 중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정상회의와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13일 오전 브라질 포르탈레자로 출국했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브릭스 개발은행과 중국ㆍ라틴아메리카 포럼 설립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4개국 순방에서는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신문사는 취임 후 지난 5월 말 중남미 순방에 이어 두 번째로 남미를 찾는 시 주석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한층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15~16일 이틀간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할 예정이다.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은 2012년 처음 제안돼 2013년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정식 승인을 받아 협상이 진행돼왔다. 초기 자본금은 각 국가가 100억달러씩 출자해 총 500억달러이며 향후 증자할 수 있는 최대 자본금은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설치되고 초대 총재는 브라질 국적의 인물이 선정돼 오는 2016년 본격 출범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릭스 개발은행이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에 대항하는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이 아시아권에서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함께 브릭스 개발은행의 출범으로 브레턴우즈 체제의 균열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한층 확대된다. 시 주석은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라질 외에 쿠바·코스타리카·에콰도르·멕시코 등의 정상이나 정부 대표와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창설을 제안하고 연내 베이징에서 이를 논의할 제1차 장관급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베네수엘라ㆍ쿠바 등 중남미 4개국 순방에서는 차이나머니를 이용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한다. 브라질 언론들은 시 주석의 방문기간에 중국과 브라질이 나노 기술에서 철도에 이르는 50여개 분야의 협력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도했다.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인 아르헨티나에 시 주석이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도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미 아르헨티나가 중국과 러시아에 자금지원 요청한 만큼 이번 시 주석의 방문 때는 셰일가스 개발협력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베네수엘라 천연가스 개발과 쿠바 관광자원 개발에서도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