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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7월 17일] No라고 말하는 장관을 바라며
입력2010-07-16 16:01:34
수정
2010.07.16 16:01:34
사회부 김광수기자
“다 힘들었지만 노(No)라고 말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예스(Yes)라고 하긴 쉽지만 노 하긴 쉽지 않아요.”
다음달 6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밤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 보건·환경장관 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전 장관은 재임 이후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수장으로 서민 지원에 힘썼고, 멜라민 분유, 석면 탈크 파우더, 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 유행 등으로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전 국가적인 재앙으로 닥칠 수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도 동분서주했다. 숨가쁜 2년 이었다.
하지만 전 장관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기획재정부와의 싸움이었다. 영리의료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등을 두고 벌어진 기재부와의 충돌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전 장관은 서비스 산업 선진화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지만 서민들의 의료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보완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4대강 개발 사업을 놓고 환경부가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고 국토해양부에 백기를 든 것과는 대비된다.
요즘 관가에는 전 장관의 교체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전 장관은 지난 1994년 보건사회부가 보건복지부로(보건복지가족부 포함) 개편된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상황을 겪었으니, 지금 퇴임한다고 해도 가장 열심히 일한 복지부장관으로 남을 만 하다.
항간에는 전 장관의 교체 소식에 과천 기재부 공무원들이 가장 들떠 있다고 한다. ‘눈엣가시’와 같은 전 장관이 교체되면 그동안 전 장관에 막혀있던 각종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전 장관이 언제까지 복지부의 방패막이를 할 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됐든 전 장관 같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후임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선진화,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복지부 장관의 기본 역할은 국민들이 불편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상황에 맞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뜻이라 해도 아니다 싶을 때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장관이 이어받아야 한다.
제주= bright@sed.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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