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글로벌 자금의 중국 탈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연동펀드(ETF)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1억달러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중국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경기 전반의 하향 압박에 대응해 2년 만에 처음으로 지급준비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일 하루 동안에만 미국 내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ETF에서 총 8,750만달러가 유출됐다. 이는 관련 통계범주에 속하는 46개국 중 최대 유출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5일간 총 1억4,560만달러, 올 들어서는 총 3억8,070만달러가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중국의 2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8.1%나 줄어들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러한 수출부진이 장기 추세라는 분석도 나왔다. 11일 블룸버그는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주요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의 총수입 규모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6.5%로 2010년의 18.5%에서 크게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역시 전체 수입 규모 중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로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몇년간 계속돼온 중국의 임금상승과 위안화 강세가 중국 수출부진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중국 노동자 임금은 3배나 올랐으며 위안화 가치도 2005년이후 35%나 절상돼 무역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턴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품이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며 "이는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모델을 수출에서 내수로 돌리면서 나타난 이 같은 현상이 당연하다고 분석하면서도 내수가 제대로 육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버팀목이 돼야 할 수출이 급감한 것은 경제 전반에 큰 악재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심상치 않다. 11일 중국 경제참고망에 따르면 지난달 22개 중국 부동산기업의 실적이 1월에 비해 42%나 급감한 570억5,000만위안을 기록했다. 1월 중국 70대 대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 상승세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미국과 아이슬란드, 2010년 아일랜드 등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모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큰 타격을 받은 바 있어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4조위안(약 700조원)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부양책이 지금까지는 약발을 발휘했으나 동시에 과잉 설비투자와 그림자금융을 양성했다. 그동안처럼 경제성장률이 9~10%대의 고공행진을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최근 7%대로 주저앉으며 문제점이 급격히 부각되고 있다.
이에 인민은행은 2012년 5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시중은행 지준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통화정책과 관련된 복수의 소식통은 인용해 "경기둔화가 심화할 경우에 대비해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단독보도했다. 정부 내 유력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의 한 관계자는 "경제 전반이 커다란 하방 압박을 받고 있다"며 "1·4분기 성장률을 본 후 (둔화가 심화한다면) 지준율이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운신폭은 매우 좁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통화정책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 경우 그림자금융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소재 리서치인차이나의 저우야누 리서치부문장은 "인민은행은 외줄을 타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경기둔화가 문제가 될 것이고 다른 한쪽으로 기울면 자산 버블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결국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최근의 상황을 봤을 때 인민은행이 올라탄 외줄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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