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따분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이번 리사이틀(퇴임식)은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생전(生前) 영결식’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지난 10일 오후6시30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는 색다른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전문 번역가로 잘 알려진 이재규(사진) 전 대구대 총장이 퇴임식 겸 출판기념회를 자신이 직접 테너로 출연하는 리사이틀로 마련한 것이다. 현직 활동을 정리하고 그동안 60권의 저서를 출간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것. 음악회에는 이 전 총장이 평소 ‘신세’를 진 지역 기관장과 기업인ㆍ교수 등 180여명이 초청됐다. “60년을 성공적으로 살았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죠. 딱딱한 퇴임식에서 탈피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받은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그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Elucevan le stele)’을 첫 곡으로 음악회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곡목에 대한 소개와 그 노래에 얽힌 자신의 사연도 소개했다. 대학시설 한달 하숙비를 털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스테파노 독창회’를 제일 비싼 A석에서 관람했던 기억과 대학교정에서 혼자 노래연습을 했던 사연 등 ‘테너가 되고 싶었던 대학생’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이날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포함해 모두 6곡을 소화했다. 아마추어로서는 모두 쉽지 않은 곡. 그렇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고음이 안 올라가고 틀리면 어때요. ‘스테파노처럼 노래 불러보겠다’는 나에 대한 약속을 지킨 것에 만족합니다.” 참석자들은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먹으며 이 전 총장의 노래와 진솔한 이야기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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