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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일자리가 새정치다

공천논란 돌고 돌아 원점 민심 눈높이 못 맞춘 정치

새정치 '시대정신'임에도 목표와 내용 구체화 못해

50여일 앞 다가온 지방선거 여야, 일자리 대안 경쟁해야

온종훈 논설위원


선(線)상에서 보면 이중 부정은 다시 원점이다.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8일 기초선거 공천 문제와 관련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무(無)공천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안 대표는 "당원과 국민이 약속을 지키는 정치에 흔쾌히 지지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피해갔지만 결과는 무공천 철회로 나타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그동안 야권에서 말이 많았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아예 무공천을 '반(反)정치'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그럴 바에야 지방선거를 보이콧하자는 의견에서부터 정당을 해산하자는 의견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요약하면 두 공동대표가 합당의 명분으로 내세운 '새정치'의 일환으로 기초공천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당내 반발이 컸고 이에 밀려 '아니하면 아니 된다'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정치권의 눈높이가 국민의 수준을 따라오기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명까지 '새롭다'는 의미를 앞세워 바꿨지만 여의도 정치는 여전히 민심과 수준을 맞추기에는 수준 차가 컸다.

현대사에서 지방선거를 포함한 대선과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는 의외성 높은 드라마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여의도란 우물 안에 갇혔던 정당 정치는 선거에서 민심의 바다와 격렬하게 만났으며 그때마다 유권자는 '신의 한 수'라고 해도 좋을만한 절묘한 선택을 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민심의 선택은 시대정신(Zeitgeist)이 좌우한다. 그렇다면 이번 6·4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은 뭘까. 새정치다. 돌고 돌아 보수 여당과 보수 야당이라는 선택지는 동일하지만 민심은 정치의 변신에 목말라 한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새정치라는 용어를 차용해 공방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결국 이번 소동도 정치권이 내세운 새정치가 애매한 방향만 있었지 내용과 목표가 없다는 태생적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유권자들이 정치의 변화를 통해 종국적으로 원하는 것을 지금 이 시점에서 구체화하면 '일자리'다.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규제 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라고 읽는다"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 대로 새정치라고 쓰고 일자리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게 부상한 것은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고 권리 의식이 강한 유권자들에게 있어 현실의 고단함을 벗게 해주는 현실적인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자녀들 세대의 부담과 미래를 장담키 힘든 공짜 복지의 사탕발림 유혹과 과도한 빚으로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하기 힘든 나라 살림살이의 형편까지 속속들이 아는 그들에게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3월 고용 통계를 보더라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형형이고 심각하다. 1, 2월 70만~80만명까지 갔던 취업자 증가수가 다시 60만명대로 둔화됐으며 실업률은 더욱 악화됐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전체 평균의 두 배 반 이상인 9.9%까지 다다랐다. 이번 선거의 주도층으로 부상한 50대의 평균적인 유권자라면 자신은 언제 직장에서 떨려날지 모르는데 20대의 청년 백수인 자녀까지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상태인 셈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방자치 단위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을 것이고 나라 전체로 접근해야 하는 것까지 뒤섞인 고차 방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치가 나서야 한다. 기존의 틀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절충과 타협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온 여야 정치권이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선거운동에서 경쟁하기 바란다. 어쩌면 낡은 여의도 정치가 멸망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갈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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