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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입력2004-05-02 18:11:22
수정
2004.05.02 18:11:22
권문용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장>
흔히 세계화됐다고 말을 할 때 이미 그 말 속에는 미국화됐다는 뜻이 내재돼 있다. 미국식 시장경제 원리가 세계적인 기준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반인들은 미국의 힘, 미국의 수출품, 미국의 문화적 습성, 그리고 미국의 문화 수출품을 일반적인 세계화와 분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美式 시자경제원리 세계화
이러한 미국식 시장경제 원리가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토머스 L.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저서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이 책에서는 ‘다섯 나라의 주유소’를 빗대 세계경제를 단순화시키고 있는데 오늘날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다섯 나라의 주유소 형태가 있다는 것.
우선 일본의 주유소는 휘발유 값이 1갤런당 5달러로 비싸지만 4명의 남자 종업원이 똑같은 제복을 차려 입고 흰장갑을 끼고서 손님을 맞는다. 이들은 종신고용계약 아래 일하고 있다. 이들은 휘발유를 넣어주고, 윤활유를 교체해주며 손님을 친절하게 배웅한다.
다음으로 미국의 주유소는 휘발유가 1갤런당 1달러로 일본의 주유소보다 싸지만 종업원이 없다. 손님이 직접 주유도 해야 하고 창문을 닦고, 타이어에 바람도 넣어야 한다.
세번째로 서유럽의 주유소는 1갤런당 휘발유 값이 5달러로 일본만큼 비싸지만 종업원이 1명뿐인데다 마지못해 휘발유를 넣어주고 화난 표정으로 윤활유를 교체해준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임무는 고용계약에 따라 그것뿐이라고 주지시키며 부가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 1주일에 정확히 35시간만 일할 뿐이다.
네번째로 개발도상국의 주요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모두 사촌형제간인 15명의 종업원이 바글거리지만 일하는 종업원은 한명도 없다. 서로 잡담하고 떠들기 바쁘다. 휘발유 값은 정부 보조금 덕분에 1갤런당 35센트에 불과하지만 여섯개의 주유기 가운데 실제로 작동되는 것은 하나뿐이다. 게다가 이윤은 사장이 몽땅 해외로 빼내가기 때문에 이 주유소는 황량하고 피폐하다.
마지막으로 공산주의 국가의 주요소는 휘발유 값이 1갤런당 50센트밖에 안되지만 이 값으로 휘발유를 살 수가 없다. 4명의 종업원이 휘발유를 몽땅 1갤런당 5달러씩 암시장에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주유기만 있지 휘발유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위의 다섯가지 주유소 중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주유소가 좋은가를 필자가 비교해보았다.
일본과 서유럽 주유소는 가격이 5달러로 같지만 서비스면에서는 일본이 월등히 뛰어나다. 따라서 일본이 서유럽보다는 낫다. 서유럽과 남미 국가를 비교해보면 가격면에서는 남미가 35센트로 서유럽보다는 훨씬 싸다. 이는 정부의 보조금 때문인데 보조금은 결국 소비자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서유럽이 남미보다 훨씬 낫다.
남미와 공산주의 국가를 비교해보자. 남미에서는 여섯대의 주유기 중 한대는 돌아가기 때문에 어쨌든 주유를 할 수는 있지만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주유조차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남미가 공산주의 국가보다는 훨씬 낫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본ㆍ서유럽ㆍ남미ㆍ공산주의 국가순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일본과 미국을 비교해보자.
시장 역행하면 반드시 실패
미국은 1달러로 일본의 5달러보다 가격이 싸지만 자신이 주유를 직접 해야 한다. 인건비를 계산해보면 어느 쪽이 나은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주유를 하는 비용은 국민소득을 3만달러로 계산했을 때 하루 인건비는 약 100달러이므로 1시간에는 약 12달러, 1분당은 20센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기가 직접 주유한다 하더라도 주유시간이 1분 정도에 불과하므로 인건비가 1달러를 넘지 않는다. 2달러 정도에 주유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미국이 일본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섯가지 형태 중 미국 주유소가 가장 낫다. 세계화는 곧 미국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미국식 자유시장경제가 글로벌시장 원리가 된 것이다. 자유시장 원리에 역행해 시장을 이기려는 정부는 반드시 진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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