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 조치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종식시키며 자산시장을 활성화한 반면 고용 부문과 부동산 시장 등 체감경기를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차 양적완화가 주식 등 자산시장 붐을 일으키고 우량 회사의 자금 조달에도 효자 노릇을 했지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인하와 중소기업의 투자촉진 등에는 기대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차 양적완화가 대공황 위기에서 미국 경제를 구한 데 비해 2차 정책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2차 양적완화가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주장처럼 인플레이션이 '건전한' 수준에 이르도록 물가안정을 달성했지만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수혜는 놀랄 정도로 작아 미국인들이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값싼 돈(easy money)을 대량 공급해 월가 은행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3ㆍ4분기 2.6%(전 분기 대비ㆍ연율환산)에서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된 4ㆍ4분기 3.1%로 올랐다. 그러나 올해 1ㆍ4분기 2% 미만이 예상되는 등 경기회복 동력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9.8%에서 지난 3월 현재 8.8%로 5개월 만에 1.0%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 기간 창출된 일자리(농업부문 제외)는 총 89만4,000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라진 일자리 800만개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여전히 침체상황인 가격과 거래량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반면 다우존스지수는 현재 1만2,000선을 넘으며 금융위기 이전의 활황기를 다시 맞았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중질유 기준)도 중동 사태 등의 변수가 더해지면서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고 있다. 마크 토머 오리건대 경제학 교수는 "(2차 양적완화는) 실물경기 하강을 막는 데 효과를 발휘했지만 국면을 전환시켜 경기회복을 주도할 만한 힘은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2차 양적완화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당초 계획대로 시장흐름을 이끄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FRB는 현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없게 되자 국채를 대거 매입, 일반 투자자들이 모기지담보부채권(MBS)과 회사채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장기금리를 낮춘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FRB의 국채 매입량보다 신규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으로 몰리지 않도록 했다. 실제 프레디맥의 30년 만기 모기지의 금리는 지난해 11월 4.24%에서 3월 말 현재 4.86%로 올라갔다. 서민ㆍ중산층 삶에 직결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FRB가 1차 양적완화 때처럼 MBS 등을 직접 매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FRB의 금리인하 전략으로 실제 자금조달에서 혜택을 본 것은 최고 신용등급의 우량 회사들뿐이었다고 한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보스웨스턴대의 아빈드 크리슈나무티 교수 등은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기업이 부담하는 (조달)금리는 2차 양적완화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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