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적을 쓰러뜨리는 가장 좋은 계책이 자중지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믿던 사람에게 발등을 찍히는 경우엔 충격이 배가된다. 삼국지연의의 하이라이트인 적벽대전에서 벌인 조조와 주유의 지략 대결은 그 중 백미(白眉)다.
△오나라와 결전을 앞둔 조조는 항복을 권하고 적정을 살펴보기 위해 자신의 참모이자 주유의 친구인 장간을 보냈다. 하지만 주유는 자신을 설득하러 온 장간에게 조조군에서 수전에 능한 채모와 장윤이 자신과 내통하고 있다는 거짓 편지를 흘렸다. 보고를 접한 조조는 두 장수의 목을 날렸다. 결국 수전 경험이 없는 조조는 참패를 당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반간계(反間計)다.
△동양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손무(孫武)는 '손자병법'용간(用間)편에서 반간계를 적의 간첩을 이용해 상대편을 혼란스럽게 하고 아군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지략으로 꼽았다. 이후 이 책략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주 이용되는 교란전술이 됐다. 청나라 태종이 명(明)의 명장 원숭환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한때 미국과 소련을 뒤흔들었던 루돌프 아벨, 올레그 고르디예프스키 이중스파이 사건도 거짓 정보를 이용해 상대방의 정보망을 와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방법의 교묘함 때문에 반간계는 종종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선거 때 일부러 지지 후보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트린 후 상대방을 비난하는 게 대표적이다. 2년 전에는 야당 측이 여당 대표 차남의 부정입학 의혹을 폭로했다가 허위로 드러나자 청와대의 반간계 음모에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이석채 KT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각종 루머가 나돌자 회사 측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고 한다. 특히 사퇴설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흔들려는 음모'라며 외부의 반간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적극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을 둘러싼 소문이 쉽게 사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권력 교체기 때마다 등장하는 KT 경영권 문제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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