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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중 카드사용 감소 100조원
입력2004-07-27 17:38:18
수정
2004.07.27 17:38:18
올 상반기 중 신용카드 이용액이 약 100조원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카드 사용이 신중해진 점은 다행으로 볼 수 있으나 소비위축이 얼마나 심각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서 걱정이 더 크다. 100조원이라면 올해 예산의 약 8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게 씀씀이가 줄었으니 장사가 잘 될리가 없다. 장사가 잘 안되고 앞으로도 안될 것 같으니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국내 설비투자가 환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나마 신규 투자 설비에서 외국산이 50%를 넘었다고 하니 더욱 우울한 소식이다. 소비가 꽁꽁 얼어붙어 투자를 줄이는 판에 실행되고 있는 투자도 절반 이상 외국 제품이니 국내 경기가 살아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중 신용카드 이용액이 크게 줄어든 데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줄인 것이 한몫을 했다고 한다. 불량 회원의 연체증가로 혼쭐 난 카드 회사들이 정신을 차린 결과로 보여진다. 외환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정부가 꺼낸 것이 신용카드 사용 장려 정책이었다.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하자 정부ㆍ기업ㆍ국민 할 것 없이 호황 착시에 빠지고 말았다. 미래의 소득을 미리 당겨 사용하는 것 인데도 경제의 기본체력(펀더멘털)이 좋아져 호황인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 대가가 지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분별한 카드사용으로 인한 가계의 부채 증가와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 양산이 내수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빚 갚는데 허리가 휘고 갚을 돈마저 없는데 소비할 여력이 있겠는가. 상반기 중 줄어든 100조원은 이미 수년 전 카드 사용대금으로 미리 당겨 쓴 것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 같은 졸속 경기 부양책이 재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 또한 좋지않다. 경기회복의 견인차가 되어야 할 소비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용규제 확대를 무분별하게 풀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연체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상 회원들의 사용은 장려돼야 할 것이다. 이미 카드사들은 우량 회원들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높여주고 수수료를 할인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감소세를 꺾기는 역부족이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을 망라해 소비심리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카드사용 대금 증가세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진작에는 세금인하ㆍ재정지출확대 등 여러 대책이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별 수단이 없는 것 같다. 각종 대책을 놓고 때를 놓치거나 시장경제원칙에 거스르면 소비심리는 더욱 식게 마련이다. 정부의 정책 가운데 그런 종류의 것이 많았다. 지금부터는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진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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