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가 왔습니다. 그는 오매불망 그리던 님을 만난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바삐 포장지를 뜯던 그의 얼굴이 갑작스레 어두워집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스마트폰 화면으로 봤던 이미지와 실제 제품은 매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뭐야” 그는 급히 스마트폰을 찾습니다. 그리고 불만을 가득 담아 사용 후기를 남깁니다.
우리는 SNS를 통해 감정을 즉각 표현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맛있는 집, 분위기가 좋은 카페, 우연히 마주한 거리공연 등 일상을 넓은 범위의 지인들과 공유하고 공감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것입니다. A씨 역시 이 같은 ‘감정 공유’가 습관화된 사람이었습니다. 특정 회사나 제품을 비난하려는 의도보다는 솔직하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기분을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A씨가 기대한 대로 사진을 올린 지 채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지인들이 댓글로 공감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이럴 수가 ㅠㅠ” “거의 사기인데요?” 등 그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는 피드백이 속속 등록됩니다. A씨는 알림이 뜨자마자 답글을 답니다. “이 회사 제품 다시는 안 살 거에요 ㅠㅠ”
예나 지금이나 화면과 실제 제품 간의 뚜렷한 차이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그 시절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90%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입니다. 그런데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스마트폰 보급률’의 차이는 기업의 고객관리 측면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가브리엘 피콜리 교수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해 평가를 올리는 소비자의 경우, PC를 사용할 때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또 고객평가가 올라오는 시간도 상당히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경우 제품/서비스를 사용하자마자 후기를 올리는 비율이 PC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입니다. ‘불만족’의 절대적인 양이나 고객의 성향이 바뀐 게 아니라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 셈입니다.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앞다퉈 SNS 계정을 개설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자사의 온라인 전략에 대해 반드시 돌아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부정적인 평가가 지인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수많은 잠재고객을 영영 잃어버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용 즉시 올리는 후기는 충동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더 심한 말도 쉽게 나가는 법이라는 걸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듯 말입니다. 구전효과(Word of Mouth)가 마케팅의 한 축을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접근성 개선만 강조해서는 곤란해 보입니다. 기업이 SNS를 제대로 활용하는 길은 고객 계정에 올라온 제품/서비스의 부정적 경험을 최대한 빨리 긍정적으로 전환 시키는 데 있지 않을까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