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무역 흑자국인 일본이 국제유가 상승 여파와 엔고로 22개월 만에 무역적자를 냈다. 앞서 지난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일본 경제는 그야 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일본의 무역수지가 4,714억엔(예비치)의 적자로 돌아섰다고 23일 밝혔다. 일본이 무역적자를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9년 3월 이래 처음이다. 일본의 1월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4% 늘어난 4조9,714억 엔에 달해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증가 폭은 전월의 12.9%에서 크게 둔화됐다. 특히 중국의 춘절 연휴로 중국 및 대만으로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일본 수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0.4%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은 크게 늘었다. 1월 수입액은 전년동월대비 12.4% 늘어나 5조4,428억 엔에 달했다. 원유 수입은 10.6% 늘어나 수입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성은 1월의 수출 둔화는 춘절 등 특수요인의 영향이 크다며 “중국이나 아시아 경제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으므로 금새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수입 증가에 대해서는“중동 가격에 좌우되는 국제유가가 통상 1개월 뒤에 통계에 반영되는 만큼 앞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 증권의 다케모토 료타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및 식품가격 상승에 따른 아시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각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경제 둔화로 이어질 경우 일본의 경제회복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본 경제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악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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