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4~25일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주요8개국(G8)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G7 정상 등과 회동한다. 2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26일에는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 등과 회동한다. 다음날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신임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잡혀 있고 마지막 일정으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유럽 순방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임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서방과 동구권이 최악의 갈등을 빚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추가 제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최근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유부단한 외교정책이 러시아의 도발을 불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 오바마 입장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앤드루 쿠친스 국제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지난 3주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하게 놀란 게 있다면 워싱턴의 반격이 약했다는 점"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유럽은 자국의 경제 충격을 우려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추가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그는 러시아의 도발에 위협을 느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안보우산'을 약속하는 등 불만도 무마해야 한다. 하지만 이란 핵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게 오바마의 딜레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비츠 이사는 "당신이 푸틴 대통령이라도 이란 문제를 제재 방어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전화 도감청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과의 관계회복도 숙제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악화일로인 한일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 위협 문제에 미온적이라며 불만이 가득한 사우디를 설득하는 것도 눈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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