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예상 밖 결과에 당황하는 모습이지만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주로 일회성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올해 미국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는 재정절벽 우려 속에서도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내 내용면에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우선 유럽 채무 위기와 중국 성장 둔화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5.7%나 급감해 성장을 가로막았다. 수출이 분기별로 감소한 것은 지난 2009년 1·4분기 이후 처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방비 지출 삭감과 기업재고 급감이 발목을 잡았다. 이 기간 중 국방비 지출은 22.2%나 줄었는데, 이는 단기적인 재정지출 감축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 부문 지출은 1972년 이래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GDP 성장률을 1.33%포인트 깎아 먹었다.
또 지난해 3·4분기에 603억 달러나 재고를 쌓았던 기업들은 연말 소비경기가 예상보다 강해지자 판매에 열을 올렸고, 기업재고는 200억 달러 순증에 그쳤다. 올 초부터 재고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줬다. 상무부는 "재고투자가 줄어들면서 GDP 성장률이 1.27%포인트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니겔 걸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국방비 지출과 재고투자 감소만으로 사실상 GDP 성장률이 2%포인트 정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전망치를 밑도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했던 민간소비 둔화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정체가 나타나지 않은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민간 소비지출은 4·4분기에 2.2% 증가하며 앞선 3·4분기의 1.6%를 웃돌았다. 내구재 지출도 3·4분기의 8.9%에서 13.9% 로 증가했다. 4·4분기 내내 재정절벽 우려가 한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8.4%나 증가한 것은 앞으로의 경기 개선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4·4분기 GDP성장률만 놓고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은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리 시헌 스턴앤맥카시 리서치어소시에이츠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FRB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성장지표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단지 한 분기의 수치이기 때문에 물가지표나 주거용 투자는 양호했던 만큼 FRB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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