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미국과 아시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말레이시아 방문 등을 우선시하고 일본 방문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비중을 낮추는 것을 일본 정부에서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고위외교소식통도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 얘기를 하는 것은 매우 이른 감이 있다"며 "일본 측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조기 방문을 원하고 있지만 최근 상황은 물론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잘 조율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4월 아시아 지역을 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를 방문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 발언 이후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내년 4월 추진하기로 했다고 복수의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잇따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월 인도네시아·브루나이·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을 순방하려 했으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로 취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의 파장이 조만간 진정되고 미국과 일본 간 협의가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야스쿠니 참배를 비난하는 여론이 꾸준히 미국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역내 긴장을 높이는 쓸데없는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차이퉁도 사설에서 "일본이 벙커 안으로 들어가 다른 나라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며 "이는 일본에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29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초대국장 내정자를 내년 1월 미국에 보내 사태 수습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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