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쓰촨성 청두시 중급인민법원이 직무유기ㆍ반역도주ㆍ직권남용ㆍ뇌물수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왕리쥔의 유죄를 인정, 징역 15년형을 선고하고 1년간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왕리쥔은 항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왕리쥔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닐 헤이우드 독살사건 발생 직후 이를 은폐하다 훗날 이 문제로 보 전 서기와 갈등을 빚자 미국 총영사관으로 망명을 기도했다. 이는 각각 직무유기와 반역도주에 해당한다.
왕리쥔은 또 공안국장 재직시절 불법도청을 자행하고 쉬밍 다롄스더그룹 회장으로부터 285만위안(약 5억원) 상당의 베이징 아파트 2채를 받는 등 305만위안어치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인정됐다.
왕리쥔은 그러나 보시라이 일가의 죄상을 상부에 보고한 정상을 참작해 비교적 관대한 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만으로도 공직자에게 최대 사형선고까지 내릴 수 있으며 앞서 전문가들은 왕리쥔이 20년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왕리쥔이 '다른 범죄(보시라이 일가의 비리)'의 증거를 제공하는 중대한 공을 세웠고 미국 총영사관에 망명을 기도했다가 이를 스스로 철회하고 범행을 자백해 직무유기죄와 반역도주죄 부분에 감경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왕리쥔을 끝으로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일단락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몸통' 보시라이가 어떤 처분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구카이라이 재판까지만 해도 보시라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그가 출당 등 당내 처분만 받고 연금에 처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왕리쥔 재판과정에서 아내의 살인행각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은폐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처벌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난 19일 신화통신이 왕리쥔 재판 방청기를 상세히 전하면서 보시라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주요 책임자'라고만 지칭한 점을 미뤄볼 때 보시라이에게 면죄부가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국 상무위원 및 주요 당정군 인선 문제를 놓고 중국 지도부 내 물밑경합이 치열해 보시라이 처리 문제도 이와 연결돼 중요한 변수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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