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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스타벅스와 '편집증 환자'
입력2006-07-31 16:58:08
수정
2006.07.31 16:58:08
[데스크 칼럼] 스타벅스와 '편집증 환자'
양정록 jryang@sed.co.kr
'스타벅스 효과'란게 요즘 화두다. 스타벅스가 잘되자 그 옆에 있던 '커피 빈'도 잘되고 소규모 테이크아웃점, '트럭' 테이크아웃점, 심지어 '별 다방'까지 잘 되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돈다. 90년대 초반 다농이란 회사가 떠먹는 요구르트를 내놓아 프리미엄 요구르트 시장을 개척했고 요구르트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스타벅스(Starbucks)'와 인텔 창업자 앤드류 그로브가 언급한 '편집증 환자(Paranoid)'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전쟁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두개의 키워드다.
과도한 로열티 불구 상생모델
편집증 환자는 항상 초긴장 상태로 주변환경을 '경계'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중 하나고, 스타벅스는 과도한 로열티 지급이라는 논란만 빼면 한국 커피산업 종사자들을 모두 풍요롭게 만든 '상생'의 대표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미디어산업을 편집증 환자처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최근 이쪽 상황이 마치 전쟁처럼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과 지상파TV로 대표되는 올드 미디어는 초 비상이다. 한때 1개 방송사가 '60만 대군'과 맞먹는다는 말을 듣던 지상파TV 방송사조차 인터넷포털, 케이블TV 등 뉴미디어의 포격으로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뉴미디어 기업의 확산를 저지하면서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엄살'이라고 격하하지만 일부 숫자는 마냥 빈말은 아님을 입증한다.
지상파 TV광고시장은 2003년 2조3,671억원(-3.0%), 2004년 2조2,350억원(-5.6%), 2005년 2조1,492억원(-3.8%)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신문시장의 위기감은 강도가 더 세다. CBS가 무료 종합지를 창간한다는 소식에 신문업계 종사자들의 가슴이 철렁하는 것은 앞서 무료 스포츠지의 등장으로 스포츠지 산업 전체가 한때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전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무료 경제신문, 무료 전자신문 등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쉽다.
신문의 주수입원인 신문광고시장도 같은 기간 1조8,900억원(-6.4%), 1조7.436억원(-7.7%), 1조6,724억원(-4.1%)으로 떨어지고 있다. 무가지가 가세할 경우 가뜩이나 오그라지고 있는 신문광고의 파이는 떠 쪼개진다.
반면 이 기간 중 케이블TV 광고매출 성장률은 26.9%, 34.4%, 21.7%에 달했고, 포털로 대표되는 온라인은 45.9%, 45.4%, 44.4%씩 커왔다. 바다건너 외풍도 만만치 않다. 한ㆍ미 FTA는 한국어로 쓰여진 '월스트리트저널 코리아'나 한국말방송이 나오는 'BBC코리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미디어산업 직접 종사자만 눈이 핑핑 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상론'이라는 강의가 언젠가 '디지털영상론'으로 바뀌었는데 최근 다시 '영상론'으로 복귀할 것 같다"고 했다.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굳이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다는 뜻일 게다.
지금의 상황은 환경변화에 오감(五感)을 열어놓고 시장의 변화를 읽고, 느끼고, 몸으로 변신을 꾀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미디어 변화 읽어야 경쟁 주도
앤드류 그로브가 '편집증자 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라는 자서전을 통해 "기술이 10배의 속도로 변하고 있을 때는 편집증에 걸린 사람처럼 초긴장 상태로 항상 경계하는 자만이 경쟁에 이긴다" 고 설파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미디어산업을 관전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소회는 공생, 상생의 철학이다. 경영자원의 핵심은 농경시대는 토지, 산업사회는 자본, 디지털사회는 사람과 기술이라는 게 정설이다. 미디어산업 전체 종사자들은 물론 미디어산업의 근본 속성인 정보(Information) 유통의 혜택을 국민들이 함께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열린 체제를 고민하고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
앤드류 그로브의 말이 머리를 스치면서 신경이 쭈삣쭈삣 서면서도 스타벅스 앞을 지나면서는 상생의 미학을 떠올리고 있는 게 요즘 출ㆍ퇴근길의 자화상이다.
입력시간 : 2006/07/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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