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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이미 분명한 답이 나와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질문이 요즘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 고착화니 경제적 불평등 심화니 하는 우리 사회 한 켠의 그늘이 깊어져 가면서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아닌가 싶다.
이는 비단 우리 사회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지난주 말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서도 이와 관련된 많은 논의들이 오갔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제둔화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서도 기업이 지향해야 할 목적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과 토론이 이뤄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시대적 맥락에서 볼 때 더더욱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참석자들뿐 아니라 각국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가 전세계 390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기업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평가기준,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 등 본질적인 영역에서 풍부한 함의와 시사점을 던져줬다.
이윤ㆍ사회기여가 기업가치 좌우
기업가치의 평가기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6%는 '기업의 가치가 이윤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기여에 의해 평가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기업의 외형과 이윤의 크기'라는 세간의 통념과 거리가 있는 답변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자신이 이끄는 회사가 영업 등 경영활동을 통해 실제로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기업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수익 창출'이 가장 많았고 '사회' '고용' '혁신' '책임' '지속 가능'등이 뒤를 이었다. 경영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는 미래의 기회와 도전에 대한 통찰력(45%), 변화관리 능력(38%)이 1ㆍ2위를 차지했고 넓은 의미의 기업의 목적에 대한 소통, 이윤보다 넓은 경영 시각, 지구촌에의 기여 등 기업의 사회적 목적과 관련된 항목들이 3~7위를 차지하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눈여겨볼 만한 답변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에서도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할 중요한 주체로 기업이 정부 및 정당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미국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는 기업이 정부 부문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과거에는 열심히 돈을 벌어 이해관계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것으로 기업의 할 일이 끝났다면, 이제는 그것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기를 사람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제일 목표는 이윤 창출이 돼야 한다. 그래야 계속해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며 많은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또한 축적된 자본과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쌓은 고도의 경쟁력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이윤 창출이며 따라서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적 비용만 안겨주게 된다.
비즈니스 통해 알리고 지켜가야
그러나 동시에 기업은 분명한 '사회적 목적'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목적은 기업이 핵심 비즈니스 과정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를 명백히 표시하고 이를 지켜가는 것이다. 그리고 임직원은 물론 고객 등 외부 관계자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이 같은 약속을 사회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이 여기 있다. 고도성장기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많은 기업들이 기업보국ㆍ인재육성 등의 기업이념을 견지했기에 기업의 성공과 국가의 발전 모두가 가능했던 것이 그 실례다.
기업의 사회적 약속이 특별히 어렵거나 고차원적일 필요는 없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사회적 목적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행복하게 느끼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인생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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