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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에 단골 손님이 찾아왔다. 긴장감과 섬뜩함으로 무더위를 단번에 씻어줄 공포영화가 속속들이 개봉되고 있다. 공포영화 개봉 시즌과 맞물려 무엇이 관객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지 들여다봤다.
단연 으뜸은 소리.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두운 곳에서 오감 훈련을 실시해 각각 놀라는 정도를 조사해봤다. 후각·미각·촉각에 놀라는 정도는 5%, 시각적 효과로 놀라는 것은 20%였으며 70%이상이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라고 해서 다 같은 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배 교수는 특히 “100헤르츠(Hz)이하 저주파 소리가 공포심 유발에 한 몫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들 ‘등골이 오싹하다’‘오금이 저린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100헤르츠(Hz)이하 저주파 소리가 관객들의 척추와 장기의 떨림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며 “영화관 스크린 뒤 중앙에 장착된‘우퍼’라는 것이 저음(100Hz이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진동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저주파 소리가 공포 영화 전반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눈을 감고 있어도 관객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민감한 자극을 유도하는 고주파의 적절한 활용도 빼 놓을 수 없다. 12일 개봉된 미스터리·공포 영화 ‘두 개의 달’의 임대웅 음악감독은 “저주파와 고주파의 극렬한 대비를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저주파의 낮은 음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다가 공포감이 극에 다다를 때 갑자기 고주파 음이 발산되도록 해 심리적 두려움을 배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고주파 소리는 “바이올린을 활등으로 연주하거나 피아노 뚜껑을 열고 현 사이에 동전을 넣어서 연주하는 등 여러 가지 악기의 특수 주법을 활용해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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