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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14일] 주주의 침묵

13일 A기업 주주총회 현장. A기업은 이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6가지 주총 안건을 큰 잡음 없이 처리했다. 주총이 종료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8분. 참석한 주주들은 대부분 우리사주를 가진 회사 직원들이었다. 주총 참석자들은 의장이 주총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마디의 반대 의견을 내놓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경영계획이나 사업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나오지도 않았다. 주총이 끝나자 참석자들을 서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111개 기업들이 13일 일제히 주총을 개최했다. 이들 기업은 "이번 주총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자평했다. 주총의 평가기준이 소요시간이라면 틀린 말도 아니다. 현대자동차 주총은 불과 25분 만에 끝났고 삼성ㆍLGㆍSK 등 대다수 대기업들의 주총도 한 시간 안에 모든 안건을 처리했다. 주총이 열릴 때마다 자주 목격되는 기업과 주주 간 불협화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적악화 및 주가하락으로 호된 질책을 예상했던 기업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경제위기인 만큼 소액주주들도 기업의 입장을 헤아린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계속되는 경제한파에 주주들이 지칠 만큼 지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기업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했다. 그렇게 주주들은 기업에 한번 더 기회를 줬다. 이번 주총에서 기업들은 하나같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강조했다. 어떤 기업은 한번만 더 믿어달라고 읍소까지 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ㆍ주주ㆍ종업원의 단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업은 주주들이 침묵함으로써 한번의 기회를 더 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주총에서 "수고했다"는 말은 회사 임직원이 아니라 주주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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