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건강검진에서 당뇨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온 주부 김모(67)씨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혈당검사 결과 당뇨 전 단계 상태로 진단된 김씨는 약물치료가 바로 필요하지는 않으나 식생활습관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당부를 들었다. 의사 진료 후 1시간여 동안 영양사 등에게 별도로 식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당뇨교육을 받았다. 진료를 마치고 계산을 하던 김씨는 생각보다 진료비가 많이 나온 것에 놀랐다. 알고 보니 당뇨교육 비용이 전액 환자부담으로 4만5,000원이 청구된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당뇨병 환자 또는 잠재적 당뇨환자다. 오는 2050년에는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명에 달하는 '당뇨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목할 것은 10명 중 2명은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상태라는 것이다. 공복혈당장애는 당뇨병 단계는 아니지만 혈당이 잘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는 상태로 당뇨병 직전 단계를 말한다. 당뇨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당뇨병 직전 단계인 잠재환자들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당뇨 잠재환자들의 경우 약물치료에 앞서 식생활습관을 개선할 것을 권고 받는다. 혈당조절을 위해 과일도 종류에 따라 하루 먹는 양을 정할 정도로 철저하게 식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가령 키위를 하루 2개 먹으면 당분이 든 다른 과일은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예비 당뇨환자에게 이렇듯 필수적인 교육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전액 환자부담으로 청구되고 있다.
물론 의사진료 후에 별도로 이뤄지는 당뇨교육은 강제사항은 아니다. 비용이 부담되면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교육을 받지 않은 환자의 경우 식생활습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당뇨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당뇨교육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진료행위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하며 보험적용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나 건강보험재정의 여건상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뇨대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당뇨교육의 보험적용 등 보다 적극적인 예방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 환자수를 낮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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