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씨티은행 등의 국유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노던록,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의 국유화를 먼저 단행했던 영국이 은행권 구제금융 2단계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조치의 골자는 은행권에 추가 자금을 투입해 부실자산 매각을 돕겠다는 것. 국유화 조치 만으로 은행부실 회복에 못 미치는 데다 지난 5개월간의 은행구제 정책이 결국 금융권 신용경색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깔려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2일(현지시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오는 26일 은행의 부실 부채 5,000억 파운드(7,270억 달러)를 국가가 보증하는 영국판 배드뱅크(부보채권전담은행)의 설립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지분 70%를 확보한 RBS가 향후 추가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배드뱅크에 참여할 방침이며, 로이즈, 바클레이즈 은행 등도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RBS는 이 같은 구조조정안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ABN암로 인수 등을 통해 확보한 아시아 및 호주 법인 자산을 매각할 전망이며, 향후 3~5년 사이에 은행 자체를 두 개로 쪼갤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또한 이번 금융위기에 가장 먼저 파산했던 노던락 은행의 일부 회생도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영국정부가 주택담보(모기지)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국유화된 노던락을 대출 창구로 활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노던락은 향후 2년 동안 약 140억파운드(202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대출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약 30억 파운드를 노던락에 투입하며 채무 상환 기간도 연장해 줄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이 밖에 중앙은행이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포함한 1,500억 파운드(2,177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도 마련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테픈 팀스 영국 재무담당 국무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은행권 대출을 독려하기 위한 추가 자금이 곧 풀릴 것임을 시사했다. 양적완화 정책은 통상 국채 매입에 한정됐지만, 경기 상황이 워낙 심각한 만큼 시중 은행이 보유한 우량 CP를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영국의 기준 금리는 사상 최저인 1% 대로, 더 이상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동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영국 정부의 동시다발적 은행 구제 조치에 대해서는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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