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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국내 조선 3사는 신년사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윤리경영' '준법경영'을 강조했다. 비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뿌리를 뽑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조선사들이 기술 혁신,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 이익률 증대 등을 강조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드러났던 각종 비리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전·현직 임직원 14명이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 대가로 51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원전 부품 납품 과정에서는 10억여원을 뇌물로 전달한 것이 적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부터 대리급까지 임직원 26명이 납품업체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총 35억원을 받아 챙겼다. 아내가 갖고 싶어한다며 '김연아 목걸이'를 사오라거나 수능시험을 보는 아들을 위해 황금열쇠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주택자금 일부를 받아 집을 사고 고급자동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규모는 작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서 삼성중공업 직원도 납품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납품 과정에서 이들은 이른바 '갑'의 지위를 활용했고 '을'인 협력업체들에 상상을 초월한 방법으로 뒷돈을 챙겨왔다. 협력업체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이런 관행을 감안해 아예 뇌물로 줄 돈을 더해 예산을 책정해야만 했다. 돈을 챙기는 조선사 구매파트 직원들은 사내에서도 '황금보직' '꿀보직'으로 불리며 부러움을 샀다.
상처는 치유하면 된다. 문제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처벌을 강화해도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언제 그랬느냐 싶게 똑같은 일이 재발되곤 하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협력업체에 명절을 맞아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기술지원을 강화하는 등 상생에 나서는 것 역시 진정한 변화가 동반되지 않고는 필요 없는 일이다.
앞에서는 가족인 척하다 뒤로는 깡패로 돌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태도가 변화해야 한다. 글로벌 조선사 순위에서 10위 안에 6곳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올해는 도덕성 측면에서도 이 못지않는 부러움을 받는 우리 조선업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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