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세밑에 부동산 대책을 홍수처럼 쏟아내면서 재건축ㆍ재개발 지역에서도 연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2일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재건축은 사업 수익성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야당의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방안은 오히려 재건축ㆍ재개발에 숨통을 틔워 줄 ‘희망봉’으로 떠올랐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난 22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 확대 적용키로 방침을 굳히면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정은 재건축ㆍ재개발에도 예외없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저층 재건축 단지들이 특히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본다. 재건축하면 일반 분양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내년 9월 이전에는 분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을 통해 남긴 수익으로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해 왔던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돼 수익성이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강남구 개포주공이나 송파구 가락 시영, 강동구 둔촌ㆍ고덕 주공,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예상되는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들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일반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투자는 일단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이 미미한 중층 단지들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시공사의 과다이윤을 차단하고 사업을 투명하게 해 주는 효과를 낳아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는 분석도 나온다. 한 채의 일반분양도 없이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와 무관하다. 삼중 사중으로 재건축을 짓눌러온 악재들에 더해 분양가 상한제라는 또 하나의 악재가 얹어진 판이지만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책도 없지 않다. 바로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반값 아파트’ 즉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이다. 토지임대부 자체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가에서 땅값을 빼고 값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재건축ㆍ재개발에 또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땅값이 비싼 서울시내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많이 지으려면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면적을 기부채납 받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채납 하는 부지면적의 비율만큼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주면 국가와 조합이 ‘윈-윈’ 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복안이다. 물론 재건축ㆍ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공존해야 한다는 점 ▦대지지분이 크게 감소한다는 점 ▦고밀도 건설로 주건환경이 악화된다는 점을 들어 파격적인 용적률 혜택이 아니라면 토지임대부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토지임대부가 일정부분 매력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다음 정부에서나 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라며 “주민들 사이에선 대선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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