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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오 우키 50억원, 韓백남준 5억 '그림값은 국력?'

홍콩 '亞 20세기' 경매 이브닝세일

28일(현지시간)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아시아 20세기 및 현대미술' 경매 이브닝 세일. 중국의 인기작가 쩡판즈의 '자화상'이 출품돼 3,300만홍콩달러(약 46억원)에 낙찰됐다.

"3,600만 홍콩달러, 이제 끝입니까? 낙찰입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의 원로작가 자오 우키(90)의 1959년작 추상화가 추정가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은 3,600만 홍콩달러(이하 HKDㆍ약 5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지난 28일 저녁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20세기 및 현대미술'경매 이브닝세일의 풍경이다. 자오우키는 지난해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작가별 경매거래 총액 순위에서 세계 16위, 생존작가 중에서도 미국의 제프 쿤스를 밀어내고 1위를 기록한 인물이다. 이날 팔린 자오우키의 작품 3점 총 판매액은 9,300만HKD(수수료 포함)로 약 131억원에 달한다. 잠시 후 백남준(1932~2006)의 모니터 설치작품 'TV는 키치다'가 경매에 올랐다. "350만 홍콩달러, 더 없으십니까? 팔렸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백남준의 이날 유일한 출품작은 5억원 선에 낙찰됐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고 미술사적 업적은 결코 뒤지지 않지만 백남준과 자오우키의 낙찰가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경매의 낙찰 총액은 4억8,400만HKD로 당초 예상한 금액의 두 배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홍콩 크리스티 측은 "낙찰율은 95%였고, 판매총액은 지난해 가을 이브닝세일에 비해 7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세금 부담이 없는 홍콩을 중심으로 세계 미술시장이 호황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 경매였다. 이날 중국 미술의 강세에 반해 한국 미술은 맥을 추지 못했다. 일반 경매인 '데이세일'과 달리 고가 명품만 거래하는 '이브닝 세일'에서 한국은 백남준과 이우환 만을 내놓았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홍콩 크리스티에 처음 출품돼 기대를 모았으나 150만HKD (2억원)에 낙찰됐다. 소형 작품이긴 했지만 다음달 뉴욕 구겐하임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앞둔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이우환과 마찬가지로 이날 홍콩 크리스티에서 데뷔전을 치른 일본작가 레오나르드 츠구하루 후지타의 작품은 추정가의 2배를 넘긴 480만HKD (약 6억6,700만원)에 팔렸다. 대만 출신 산유의 작품은 3,200만HKD(44억원)에 낙찰됐다. 중국작가의 활약은 눈부셨다.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쩡판즈의 '자화상'이 3,300만HKD(46억원)에 팔린 것을 비롯해 장샤오강의 가족시리즈 중 '부자'가 2,500만HKD(35억원), 우관중의 풍경화가 1,500만HKD(21억원), 팡리준의 인물화가 1,900만HKD (27억원)에 낙찰됐다. 경매를 참관한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품 가격은 국력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는데 백남준이 중국 생존작가의 10분의 1 수준 가격이라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중국 컬렉터들은 문화적 자긍심에 기반해 자국 작품의 가격을 전략적으로 끌어올린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매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로 급부상한 홍콩아트페어(아트홍콩11)와 같은 기간에 열려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슈퍼리치' 컬렉터들이 참관해 활기를 더했다. 세계 미술계는 호황에 진입했지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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