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파도키아<br>만화영화 스머프 집 빼닮은 수백만년전 기암괴석 절로 탄성<br>거미굴 처럼 얽힌 지하도시엔 이슬람세력 박해 이겨낸 기독교인들의 흔적 고스란히
| 터키 카파도키아 지방의 파샤바으 계곡에는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 속 마을과 똑같이 생긴 버섯바위들이 즐비하다. 실제로 스머프 마을의 배경지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화산 활동으로 굳은 용암이 오랜 세월 차별침식되면서 만들어진 특이 지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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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는 카파도키아에서는 전쟁과 종교적 핍박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바위에 굴을 뚫거나 땅 속에 지하 도시를 건설해 살았다. 동굴 도시는 겉에서 봐도, 안에 들어가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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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리아 고원의 중앙에 펼쳐진 기암지대인 카파도키아.
페르시아어로 '사랑이 충만한 땅'이라는 뜻을 가진 카파도키아는 버섯 모양의 기암 괴석과 동굴 유적지 안에 남아 있는 엄청난 규모의 프레스코 벽화, 지하도시 등으로 유명하다.
수백만년 전의 화산 폭발 이후 오랜 세월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대자연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나 터키 여행의 매력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종교와 문화적인 특징이 있는 나라들과 달리 터키는 아시아권과 유럽권,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뒤섞여 있어 매우 흥미롭다.
◇만화와 영화에 영감을 준 곳=인기 만화였던 '개구장이 스머프'를 본 적 있는 이들은 버섯처럼 생긴 스머프 집을 기억할 것이다. 카파도키아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스머프 집과 똑같은 집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요정들의 굴뚝이란 뜻의 페어리 침니라는 버섯바위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스머프 만화를 쓴 작가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스머프 집의 원조가 이곳인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우주계곡 역시 카파도키아에 있는 으흘라라 계곡이 모델이라고 한다.
이곳은 어떻게 이런 지형이 됐을까.
바다가 융기된 석회암 지대인 카파도키아는 수백만년 전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화산재와 용암이 석회암 지대를 덮어 수백m 높이로 굳은 응회암이 형성됐다. 오랜 세월 동안 응회암층과 석회암층이 차별 침식을 받으면서 화산재가 쌓이지 않은 부분은 푸석푸석해 비바람에 쉽게 깎이면서 기암 괴석을 만들어놓게 된 것.
이곳의 면적은 남한의 4분의1 수준이며 우치사르ㆍ괴레메ㆍ데린쿠유ㆍ카이마클리 등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뉜다.
카파도키아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동기 시대와 기원전 2,000년 전 소아시아 시리아 북부를 무대로 활약했던 인도 유럽계 민족인 히타이트족이 이곳을 교역의 중심지로 삼았다. 기원전 1,250년부터는 프리지아인들의 지배를 받았고 기원전 6세기 중엽에는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아 조로아스터교가 널리 퍼져 있었다. 기원전 700년 이곳에 정착한 카파도키아인들에게서 이름이 유래한 카파도키아는 실크로드 중간 거점도시이자 초기 기독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서기 17년 로마의 속주가 된 카파도키아에는 무역로와 군사로가 놓였고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거주 인구도 늘어나게 됐다.
이후 소아시아에 그리스도교가 퍼지면서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의 탄압을 피해 이곳으로 몰려와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 때부터 카파도키아에서는 다양한 문명과 종교가 혼합되면서 서로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성 대 바실리우스(329~379)와 가이사리아 주교는 수천년 동안 카파도키아 전역에서 행해진 은둔생활의 모범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전통은 투르크메니스탄ㆍ몽골, 그리고 오스만튀르크의 침략으로 단절됐다.
◇개미굴 같은 지하도시=히타이트 제국 때부터 지하도시가 건설됐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카파도키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는 주요 교역로였기 때문에 인근 강국들이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옛 사람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바위에 굴을 뚫고 살거나 아예 수십m 땅 속을 파 내려가 지하 도시를 건설한 것. 현재까지 남아 있는 카파도키아의 동굴 도시는 8세기 전후 이슬람 세력의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만든 공동체 도시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지닌 데린쿠유는 카파도키아의 지하도시 가운데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지다. 성인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좁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데린쿠유는 현재까지 동굴 방, 예배당, 그리고 수도원으로 구성된 지하 8개 층이 발굴됐다.
총 85m에 달하는 갱도 주위에 52개의 훌륭한 환기 시스템을 갖춘 인공 동굴이 무리 지어 있다. 지하 은둔지는 로마 시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해 55m 깊이에 총 표면적 4㎢에 달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데린쿠유의 지하도시는 길게 이어진 통로를 통해 다른 지하도시로 연결된다. 지하도시 중앙에 지금은 사원으로 쓰이는 예배당이 있다. 16~17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예배당에는 예수ㆍ마리아ㆍ천사, 그리고 성자들의 그림이 보관돼 있다.
동굴 도시인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바로 비둘기다. 비둘기 고기는 유일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곳 바위들에 신발 크기의 비둘기집들이 많은 이유다. 비둘기는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쓰였다. 당시 사람들은 벽화를 반질반질하게 하는 코팅재료로 비둘기 알의 흰자를 사용했고 비둘기 똥은 불을 피울 때 썼다.
동굴 도시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동굴호텔을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동굴호텔은 바위기둥의 동굴집을 개조해 꾸민 호텔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삭사간동굴호텔이 카파도키아의 괴레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호텔이다. 이 호텔은 괴레메 전경이 한눈에 잡힐 정도로 전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오스만 스타일로 장식된 객실에서는 터키의 역사와 자연ㆍ문화를 느낄 수 있다. 객실은 모두 14개로 '요정의 굴뚝'룸 상하층과 동굴룸ㆍ아치룸 등으로 구성돼 있다.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어 탁 트인 전망의 테라스나 새들이 지저귀는 정원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괴레메 중심에 있는 카파도키아 동굴스위트도 인지도가 높다. 이 호텔은 히타이트ㆍ로마ㆍ비잔틴 시대의 주거생활문화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괴레메국립공원 인근의 엘켑에비 동굴호텔은 절벽을 깎아 만든 개인 테라스에서 즐기는 전망이 좋기로 손꼽힌다. 이곳에서는 위르귀프와 괴레메 국립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미라수 동굴호텔도 잘 알려져 있다. 비잔틴 시대의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이 호텔은 18개의 동굴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춘 객실에서 수도원의 성스러운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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