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단편소설 '침묵의 미래'로 제37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애란(33ㆍ사진) 작가가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한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래 전에 활동했던 작가 선배들을 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상은 삼촌 같은 느낌이 드는 선배 중에 한 분"이라며 "삼촌이 주는 상 같아서 친근하고 가까운 느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이상 선배보다 나이가 더 많더라"고 덧붙였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이상문학상은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가장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소설가 한 강씨가 당시 35세의 나이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최연소 기록을 세웠지만 이번에 김애란 작가가 33세의 나이로 수상하면서 최연소 대상 수상의 기록까지 거머쥐게 됐다.
'침묵의 미래'에서 작가는 사라져가는 언어를 쓰는 종족들을 모아 놓은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언어 사멸'이라는 현대 문명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 겸 문학평론가는 "우리 소설이 지난 10년간 너무 일상적인 것에 매몰된 경향이 많았는데, 이렇게 젊은 작가가 인류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고뇌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김 작가는 "100년 전 선배들이 쓴 글이 공감을 일으킬 때면 저 선배는 얼마나 젊으면 100살이나 어린 나하고도 말이 통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많다"며 "가장 오래 살아남는 작품이 가장 젊은 작품이며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애란 작가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출신의 다른 소설가와는 다소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전공한 것. 그런 특별한 이력이 소설을 쓰는데 어떤 보탬이 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연극 중심의 교육을 받았지만 장르와 상관 없이 활자와 가까이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며 "사람의 몸을 통해 나오는 (연극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 활자를 바깥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김 작가는 문학동네 계간지에 4차례에 걸쳐 장편을 연재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그 연재를 무사히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중간에 헤매기도 하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발견해도 도망치지 않고 무사히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한편 우수작에는 김이설의 '흉몽'과 손홍규의 '배우가 된 노인', 염승숙의 '습',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 이평재의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천운영의 '엄마도 아시다시피', 편혜영의 '밤의 마침', 함정임의 '기억의 고고학'이 뽑혔다.
대상에는 3,500만원, 우수작에는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11월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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