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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비 정상화, 재정 조기 집행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의 조기집행만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9일 열린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내놓은 대책들은 세월호 참사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 재정지출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약 7조8,000억원 늘리고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등을 통한 정책금융 공급의 상반기 집행률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시장 하락세가 생각보다 심각한 만큼 이 정도로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사회 전체의 자숙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관광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여행사 47곳에 2만8,309명이 여행을 취소했고 지역별로 단체여행 취소율이 5월 한달간 60%를 넘어선 곳도 있다. 또한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7개 신용카드 업체의 신용판매액(일시불 및 할부)은 하루 평균 9,701억원으로 전달 같은 기간보다 5% 줄었고 백화점 업계는 5월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소비위축은 모처럼 회복 기운이 감돌았던 경제의 성장 기력마저 감퇴시키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세월호 사건으로 올해 민간소비가 줄어들면서 내수가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0.1~0.3%포인트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대했던 수출시장마저 환율 쇼크로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시점이다. 세자릿수 원화환율이 예고되면서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잡았던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환율 손익분기점이 1,066원이라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수출할수록 손해를 보는 처지다. 내수·수출 동반침체에 성장률 저하라는 복합증후군에 시달리는 셈이다.



어차피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내수 활성화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정책과제였다. 소비 정상화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종합처방이 요구된다. 재정 조기집행 등에 머물지 않고 보다 거시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비스 산업이 내수 활성화의 핵심인 만큼 대폭적 규제완화, 건설경기 부양 등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경제는 경제주체의 심리가 중요한데 이런 징후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어렵게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까지 꺼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디 실기(失機)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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