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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망상이 낳은 비극

최근에 일어난 문경 십자가 사건은 사회적으로 꽤나 파장이 컸다.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기독교에 심취한 김모(58)씨가 자신을 재림 예수로 생각, 부활할 것으로 믿고 2,000년 전의 예수 그리스도와 똑같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했다. 주검의 구체적인 모습은 복음서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다. 머리에는 가시관을 썼고 손과 발에는 못이 박혔고 옆구리는 자상을 입었다. 주검이 발견된 곳은 바위산이다.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한 걸까. 그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예수임을 알았을 것이다. 자기만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위해 두려움 없이 부활 의식을 거행했을 것이다. 그가 부활한 자기 모습을 보기 위해 앞에 거울까지 준비해놓은 것을 보면 그의 강한 믿음이 느껴진다. 슬프고 아쉽고 안타깝다. 그가 그의 믿음을 조금만 줄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내던지도록 만든 그 믿음을 조금만 줄였다면 그는 물 위를 걷는 것부터 해보지 않았을까. 아니면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여 살리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시도해볼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미몽에서 깨어나 목숨을 잃는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터무니없는 강한 믿음이다. 아무런 근거 없이 어떤 것을 강하게 믿는 것을 우리는 망상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는 망상이 일으킨 비극이 많다. 굳이 중동까지 갈 필요도 없다. 지구 어디를 가건 종교 분쟁은 현재진행형이요 그 분쟁의 대부분은 근거 없이 자기주장만 하는 데서 비롯됐다. 망상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치료의 대상이다. 치료는 망상을 줄이고 그 자리에 회의주의를 입히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일부 기독교계에서는 이번 문경 십자가 사건을 기독교 외부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믿음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인은 물론 믿음을 추구하는 모든 신앙인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찰의 화두는 합리적인 믿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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