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에 흑이 7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흑의 비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백12로 치중하는 수단이 남는다는 것을 모를 이세돌이 아니지만 흑7을 두지 않으면 흑 7점이 떨어지는 것이다. 백12는 예정 코스.
"올 것이 왔나?"(서봉수)
흑13을 버틴 것은 당연하다. 이때 박영훈은 백14까지 확실하게 선수활용을 했다. 팻감 하나를 공연히 써버린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참고도1의 백1로 그냥 패를 따내면 흑은 2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백3(1의 왼쪽)으로 이으면 흑4로 따낸다. 이 코스는 좌변의 흑집이 의외로 커서 승패불명일 것이다.
백18 이하 22 역시 예정된 수순. 궁지에 몰린 흑은 흑29로 필사적인 패를 새로 시작했지만 팻감이 없다. 백34를 보자 이세돌이 돌을 던졌다.
"승부는 우변에서 일찌감치 결판났지?"(서봉수)
"맞아요. 흑에게 찬스가 왔었는데 그걸 못 살렸어요."(백대현)
백이 우변에 깊숙이 침입했을 때가 찬스였다. 참고도2의 흑1에 받았더라면 백이 난처했던 것이다. 백2 이하 8은 흑9로 흑이 수상전에서 이긴다. 이 어렵지 않은 응수를 천하의 이세돌이 놓친 것은 일종의 불가사의였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대국일정에 이세돌이 지쳤는지도 모른다.(5,11,23…2의 왼쪽. 8,16…2. 33…27)
234수끝 백불계승.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