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떨까. 먼저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차이는 현재 리터당 30~40원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당초 정부의 목표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수치다. 게다가 제휴카드사의 할인혜택 등을 적용하면 실제 판매가격은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실상 일반 소비자들이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를 피부로 체감하기 힘든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난을 호소하며 문을 닫는 알뜰주유소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지역 내 알뜰주유소 1호점인 형제주유소는 영업개시 6개월여 만에 문을 닫았다. 개점 초기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북새통을 이루던 고객들이 실제 가격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른 지역의 알뜰주유소 사업주들도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활성화한다는 명목 아래 국민들의 세금으로 해외 정유사와 수입사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정부가 석유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7월부터 수입 제품에 관세 3% 면제와 수입부과금 환급은 물론 바이오디젤 혼합의무까지 면제시켜주면서 일본산 경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일본산 경유는 3개월간 200억원에 가까운 세제혜택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최근 중국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기 위한 휘발유까지 수입하기 시작했다. 올해 석유가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에 오르며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수입량을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알뜰주유소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내년 알뜰주유소 사업예산으로 500억원을 신청했다가 81억원으로 대폭 삭감 당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예산삭감과 관련해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제 정부 스스로 알뜰주유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되돌아 볼 때가 아닌가 싶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