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스코틀랜드 독립투표에 대한 우려로 영국 파운드화가 추락하는 등 영국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또 스코틀랜드발 분리독립 바람은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에도 옮겨붙을 가능성이 커 유럽의 정치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화는 9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1파운드당 1.6091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파운드화는 이달 들어 7거래일 연속 내려가 총 3.1%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이날 "통화동맹이 성공하려면 재정 및 금융감독 기반이 공유돼야 한다"며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이탈하면 파운드화를 쓸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독립을 주동하고 있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독립 이후에도 파운드화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으나 영국 의회에서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 파운드화는 겨우 1.6달러선에 턱걸이하고 있지만 독립이 결정되면 1.56달러로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씨티그룹은 진단했다.
영국 국채 투자가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 만기 영국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9일 22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로 석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국 국채의 가치도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41%포인트 상승해 2.52%를 기록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엑소더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연금 등 큰손 투자가들이 수십억파운드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스코틀랜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인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멀트리인베스터서비스의 크리스 피셔 대표는 "투자가들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자사 고객들도 최근 수억달러의 자금을 인출했다고 FT에 전했다.
금융시장의 여진은 영국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들의 국채는 지난 한주간 대부분 0.05~0.0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특히 분리독립 바람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는 스페인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스페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9일 하루 동안 5.83bp 올라 65.32bp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동북부의 카탈루냐 지역은 부유한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오는 11월9일 분리독립 투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다음달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RBS는 "어떤 결정이 나든지 스페인 내 정치 리스크로 투자가들의 경계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가들은 스코틀랜드 독립이 결정될 경우 영국뿐 아니라 유럽 금융시장 및 경제의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코틀랜드의 이탈은 궁극적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현재 스코틀랜드 지역의 노동당 대 보수당 하원의석 비율이 41대1석이라고 전하며 내년 5월 총선에서 스코틀랜드가 빠지면 보수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보수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유케스 전략가는 "만약 분리독립이 결정되면 영국이 EU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큰 경제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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