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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담아낸 세상 이야기

작가 12명 소마미술관서 '몸의 사유'展<br>석고상·문신기법·드로잉·사진 조각 통해<br>사회 부조리·소통 부재·인간 욕망 표현

이병호 ‘다나이드’

최수앙 ‘정착민’

머리를 축 늘어뜨린 채 엎드린 여인의 뻗은 등줄기와 미세한 근육에는 생명력이 담겨있다. 새하얀 석고상 같은 이병호의 여인상 '다나이드(Danaidㆍ로댕의 동명 작품에서 착안)'는 느리게 숨을 쉬며 아주 천천히 늙어간다. 탱탱했던 살결은 힘을 잃어 주름을 만들고 이내 뼈에 달라붙어 죽음을 향한다. 그 곁에 계속 머무른다면 다시 숨쉬며 몸이 부풀어 생명과 젊음을 되찾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작가는 짓궂게도 무라카미 다카시의 '히로판'과 제프쿤스의 '부르주아 버스트'를 패러디 해 젊은 여성의 가슴을 빵빵하게 부풀리기도 했다.

작품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위치한 소마미술관(명예관장 이성순)의 '몸의 사유(Thought on Body)'전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외 활동이 활발한 작가 12명의 50여 작품으로 '몸'을 소재로 한 미술품 전시회다. 따지고 보면 몸은 가장 오래된 소통의 방식이니, 난해한 현대미술이지만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가짜 살덩이에 문신기법으로 무늬와 낙서를 새기던 김준은 육덕진 살 대신 인체 형태의 도자기에 문신작업을 한 최근작을 내놓았다. 도자기는 깨지기 쉬운 불안한 존재로서 인간을 은유한다. 작품이 술을 소재로 해 흥미롭다. 소주, 양주, 포도주 등의 상표를 문신처럼 몸에 새긴 인간에게서 욕망 과잉의 소비사회를 읽을 수 있다.

나체의 몸을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한 나머지 괴기스러움을 풍기는 최수앙의 작품은 '소통 부재'의 문제를 다룬다. 사람의 몸에 동물이나 기계적 요소를 접합시킨 작품은 비인간적 선택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꼬집는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이형구는 미국 유학 중 서양인에 비해 왜소한 자신의 몸을 깨닫고 투명 헬멧을 씌워 얼굴의 각 부분을 확대시킨 헬멧 연작을 선보였고, 변웅필은 독일 유학시절 겪은 차별적 경험을 이름 없는 '몸'의 시리즈로 표현해 변하지 않는 자아 찾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김기라의 '이념의 무게' 드로잉 연작에는 벌거벗은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의 벗은 몸은 이념 앞에 내몰려 저항할 수 없는 인간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흔들리는 눈빛, 연기처럼 내뿜은 한숨에서 극복해 보려는 인간 의지가 감지된다.

'사진 조각'으로 유명한 권오상의 작품은 사람이 아닌 오토바이다. 팔다리 없는 몸통'토르소'가 인체 조각상을 대표한다는 개념에서 시작해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현대적 정물을 만들어 낸 것. 핸들과 바퀴가 없는 오토바이 '토르소'를 통해 작가는 조각의 본질을 묻는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용백의 대표작 '피에타'도 만날 수 있다.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안은 것과 같은 구도로 거푸집 인물상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매끈한 몸체를 안고 있다. 쌀을 이용해 점묘기법으로 인물을 그리는 '픽셀 초상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동재는 문자로 그린 최근작을 선보였고, 1992년 카셀도큐멘타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육근병은 다큐멘터리 영상 작품을 통해 역사를 증거하는 인간의 몸을 보여준다. 미술관을 나서며 불현듯 내 몸을 더듬게 되는 전시다. 12월16일까지. (02)4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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