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마스터스 챔피언 잭 존슨(36ㆍ미국)이 아마추어 같은 실수로 115만2,000달러(약 13억6,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날릴 뻔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ㆍ7,20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
존슨은 2오버파 72타(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를 적어내 이날만 4타를 잃은 제이슨 더프너(35ㆍ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아찔한 우승이었다. 3타 차로 앞선 존슨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벙커 샷을 홀 1.5m에 붙이며 여유 있게 정상까지 치닫는 듯했다. 파 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그린으로 달려 나온 자녀들과 포옹하며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존슨이 기쁨을 나누는 사이 그의 캐디는 경기위원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존슨은 앞서 18번홀 그린에서 볼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내려놓은 마커가 동반자인 더프너의 퍼트라인에 걸쳐져 있었기에 옮겨줬다. 그러나 파 퍼트를 하기 전 깜빡 하고 마커를 원위치시키지 않고 그대로 쳤던 것.
골프 규칙은 잘못된 위치에서 볼을 치면 오소(誤所) 플레이로 2벌타를 부과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존슨의 마지막 홀 스코어는 파에서 더블보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챔피언이 뒤바뀌지는 않았으나 마지막 1.5m 퍼트를 놓쳤다면 연장전에 끌려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2010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꼭 2년 만에 투어 통산 여덟 번째 우승을 거둔 존슨은 "지금부터는 '러키(luckyㆍ행운의)'라는 말이 내 스스로에게 붙이는 제1의 수식어가 될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3위권에 7타 이상 앞선 존슨과 더프너의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펼쳐졌다. 3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에 올랐던 더프너가 한때 2타 차로 앞서다 9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둘은 동률을 이뤘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는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얻어맞은 더프너가 15번홀(파4)에서 3타를 까먹으면서 존슨 쪽으로 기울어졌다. 존슨은 16번홀(파3)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덕에 마지막 홀 2벌타에도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더프너는 9번과 15번홀에서 잇달아 볼을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다. 지난주까지 4주 동안 2개의 우승컵을 수집하고 결혼도 했던 더프너는 이번 시즌 첫 3승과 2주 연속 우승을 이룰 수 있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재미교포 루키 존 허(22)는 5언더파를 유지해 리키 파울러(24ㆍ미국) 등과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했던 존 허는 올 시즌 네 번째 '톱10'에 입상했다. 케빈 나(28)는 4타를 줄여 전날 공동 52위에서 공동 13위(2언더파)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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