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5일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한은에 유동성 관리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은 지난주 신제윤 재정부 차관의 발언과 겹치면서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신 차관은 "통화량 증가가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통화량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정부 입장을 표명하는 열석발언권을 갖고 있는 게 재정부 차관이지만 다른 공개석상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 차관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가계 빚의 심각성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은은 뭐했냐고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한은과의 정책공조 필요성과 함께 통화량 관리를 촉구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위원장이 내부 간부회의에서 한 말을 굳이 언론에 공개했다. 한은에서는 지난주 김준일 부총재보가 추경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은행이 정부 재정정책을 정면으로 언급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경우다. 앞서 김중수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만능론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견해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이런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해명대로 정책공조 전선에 이상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 다른 부처의 정책영역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듯한 모양새는 소통의 단절이나 정책혼선으로 비쳐질 소지가 크다. 더군다나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위기상황에서는 자칫 정책당국 간에 면피성 핑퐁치기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지금같이 나라 안팎으로 경제불안 요인들이 첩첩이 쌓여 있을 때일수록 정책당국 간에 긴밀하고 유기적인 공조가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 모습이 나라의 경제심리를 안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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