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증권거래소·공항등 전방위 투자 산유국 오일머니 1조5,000억弗영화·호텔·테마파크 이어 나스닥·LSE 지분 인수등 올 전세계 640억弗 투자…미·영등선 강력견제 나서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중동 산유국들이 고유가 추세에 힘입어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몇년간 원유수출로 벌어들인 1조5,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으로 증권거래소ㆍ엔터테인먼트ㆍ공항ㆍ항만ㆍ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며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오일머니를 쥔 중동국가들의 흐름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보다 두바이와 카타르 등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행보를 그리고 있다.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미국 2위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의 지분 19.9%를 인수함과 동시에 나스닥이 보유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의 지분 28%를 사들였다. 카타르 국영투자회사인 카타르투자청(QIA)은 LSE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이로써 중동 2개국이 시가총액 5조달러가 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의 최대주주가 됐다. UAE 소속의 아부다비 정부는 미국 거대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사 계열의 워너브러더스와 영화ㆍ호텔ㆍ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공동 투자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5억달러를 투자해 아부다비에 할리우드식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아랍어로 만들어진 영화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두바이월드가 MGM미라지호텔과 카지노 회사의 지분 9.2%를 매입해 52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아부다비 정부는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지분 7.5%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고 두바이의 투자회사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했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또 미국 맨해튼의 고가 부동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다방면으로 투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중동국가 소유의 기업과 국부펀드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쏟아부은 투자액의 규모가 640억달러에 이른다. 이들 산유국은 올해만도 미국에서 21건(232억달러), 영국에서 19건(139억달러)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산유국들의 원유수출 규모가 8,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98년부터 2002년까지 합한 액수(2,280억달러)보다 세배 이상 많다. 리서치 전문회사 딜로직의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중동의 뭉칫돈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영국 등지에 주로 투자됐다. 중동 투자기관 어드바이저인 스텝 스톤그룹의 몬티 브렘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의 엄청난 자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적ㆍ사적 영역까지 모두 스며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치솟는 고유가에서 비롯된다. 20일 뉴욕상품거래소(NYSE)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 선물가격은 83.32달러까지 치솟았고 중동 두바이유도 76달러까지 올랐다. 중동 오일머니의 표적이 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은 이를 견제하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바이의 나스닥 지분 인수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얼마 전 자국 최대 공항인 오클랜드공항을 두바이 국영항공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반대한 것도 같은 의도다. 앞서 두바이 국영기업인 두바이포트월드(DPW)는 미국에 위치한 영국 계열의 주요 항만 운영권을 인수하려다 미 의회와 정부의 반발로 좌절됐다. 하지만 중동국가의 이 같은 오일머니 투자는 당장 글로벌 M&A를 거머쥐겠다는 목적보다는 유한자원인 석유가 고갈될 미래에 대비해 수입원을 확보하겠다는 측면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자문기관 셀렌트의 데이비드 이스트호프 분석가는 “이들의 투자는 미래 M&A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헤지펀드ㆍ사모펀드와 같은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입력시간 : 2007/09/27 17:40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