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입자를 찾지 못한 '빈집'을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집주인이 신청할 경우 임대료를 시세의 90%로 책정해 세입자 알선을 도와주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최대 25만원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18년까지 계획된 민간 임대 물량 2만가구 중 50%가 넘는 1만1,000가구를 공급해 민간 임대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왜 '빈집'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세입자 모집에 실패한 곳들은 대부분 낡고 오래된 원룸, 연립주택 등으로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멀어 교통이 불편하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해 세입자들이 꺼리는 곳들이다. 이미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집들인데 시세를 10% 깎아준다고 해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중개수수료 한도를 봤을 때 25만원 지원으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 보증금 5,000만원 미만의 저가 주택들이다. 월세가 50만원 미만이라고 가정하면 10%를 할인해도 실제 차액은 5만원 미만에 불과하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최대한 좋은 입지에 깨끗한 집을 구하려는 게 사람 심리다. 영국·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세입자 알선에 그치지 않고 주택 개보수 지원을 병행함으로써 주택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이려고 한다. 지속적인 임대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공공성이 가미된 민간 임대주택이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의 적정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고 재계약 때 세입자 보호장치가 없는 것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아파트가 아닌 원룸·연립주택의 시세는 인근 주택과의 비교가 쉽지 않아 '시세의 90%'라는 기준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재계약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요구조건이 맞지 않아 또다시 빈집으로 남게 됐을 경우의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벌써 일각에서는 일회성 공급으로 민간 임대주택 1만1,000가구 공급이라는 실적을 쌓기에 부끄럽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계획대로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것 역시 민간 임대 공급방안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광'을 내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을 높이는 추가 대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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