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가 힘들어지고 나라가 망한다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잘못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고쳐야 된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회선진화법은 실효성이 없는 법으로 판명이 났다"며 "죽은 법"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서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가 헌법재판소를 찾아가 빨리 처리해달라고 간곡히 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강력한 개정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지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가 헌재를 일제히 방문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경우 정치권의 외압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회선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 역시 서 최고위원의 제안에 대해 "헌재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잘 검토해보고 판단하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헌재에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를 묻기 위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재법에 따르면 180일 이내에 심리를 하도록 돼 있으나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자 새누리당은 7월 권한쟁의심판을 서둘러 달라며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법률안 등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 교섭단체 합의 시로 제한한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됐으며 당초 직권상정 요건을 제한해 '폭력국회'가 재발하는 것은 막았지만 야당이 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주요 법률안의 본회의 상정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식물국회' 상황을 불러왔다고 새누리당은 지적하고 있다.
법안의 강행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새누리당은 다수결 원칙에 따른 법안 처리를 주장하며 선진화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9대 국회 내에서 개정하되 적용 시점은 20대 국회로 미루는 조건 등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현재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와 선거구제 개편을 국회선진화법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새누리당은 헌재를 압박하는 것 외에 국회 내 합의 개정도 함께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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