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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미워도 다시한번

한국영화 최초의 대박은 지난 68년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됐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서울 관람객만 40만명을 기록한 이 영화는 이후 4편까지 제작됐고 이미자와 남진이 부른 주제가도 대히트를 쳤다. 관람객 1,000만명이 넘는 작품이 나오는 요즘과 견줘보면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서울 인구가 380만명이었고 또 지금처럼 수백개 극장의 동시상영이 아니라 단 1개의 상영관 관객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추억 속의 이 작품 제목을 다시 들어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 5ㆍ31 지방선거에서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여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자가 ‘미워도 다시 한번’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계획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조롱당하는 부동산정책 소재는 아파트값 상승이다. 그 후보자가 출마할 지역의 집값은 서울 강남 수준으로 올랐다. 정부ㆍ여당의 인기는 바닥이지만 어찌됐던 집값이 오른 것은 우리 공이 크니 밉지만 밀어달라고 하겠다는 것이다. 그를 가까이서 돕는 참모에게서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당연히 농담으로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교육, 편의시설, 소득 수준 등 여건이 강남에 처질 게 없는데도 아파트값은 싸서 주민들이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값이 많이 올라 주민들의 마음이 달라졌다.” 유권자 반응까지 거론하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미워도…’ 슬로건이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지방선거지만 여당 후보자로 출마하려는 사람조차 집값 급등이 정부ㆍ여당 덕(?)이라고 정색하며 말하는 현상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3ㆍ30 조치로 또 하나의 대책이 보태졌다. 강남 재건축단지의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지는 등 일단 약발이 받는 모습이다. 하지만 좀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시큰둥한 분위기가 대세다. 대책이 발표되면 조금 떨어졌다 얼마 안 지나 다시 크게 올랐던 그동안의 시장 패턴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 때문이다. 시장이 정책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의 헛발질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말부터 앞세우는 허장성세가 문제다. 지난 3년간 나온 대책이 30차례가 넘는다. 그때마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장담했으나 번번히 허풍으로 끝났다. 10ㆍ29 때의 공언은 5ㆍ4대책으로 공언(空言)이 됐다. 5ㆍ4대책 당시의 장담이 무색해지는 데는 다섯달도 채 안 걸렸다. 8ㆍ31대책이 나온 것이다.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운 대책’ ‘이제 투기는 끝났다‘는 등 호언은 이때도 어김없이 이어졌고 관련 공무원들은 훈장까지 받았다. 그런데 7개월 만에 3ㆍ30대책이 나왔으니 헌법과 훈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빈말 행진이 시장의 내성만 키운 것이다. 보다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시각과 대책에 감정이 배어 있다는 점이다. 시장 불안의 진원지가 강남이라는 점에서 대책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지는 것은 옳다. 그렇다고 그들을 싸잡아 투기꾼 취급하는 것은 실상과는 다른 감정적 접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전국민의 2%이고 그 대부분이 강남 지역인 상황에서 ‘2%의 투기꾼으로부터 98%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8ㆍ31대책 정부 광고는 정부의 강남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감정적 대책으로는 해결 안돼 어떤 일이든 감정이 앞서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결국 대세를 그르치게 된다. 재정경제부 조사 결과 강남 아파트 거래자의 80%가 실수요자였다. 시장의 요구는 공급 확대인 셈인데 대책은 재건축을 어렵게 하는 등 반대로 가고 있다. 신규 공급이 어렵다면 기존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여의치 않다. 세제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지만 정부는 턱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을 외면한 대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임기 내내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는 볼썽사나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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