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데이(미국의 현충일)를 하루 앞둔 26일(한국시간).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CC(파70ㆍ7,204야드)에 운집한 갤러리들은 한 목소리로 "USA, USA"를 외쳤다. 홀에 꽂힌 핀의 깃발도 성조기였다.
미국의 떠오르는 간판 제이슨 더프너와 세계랭킹 1위 애덤 스콧(34·호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우승상금 115만2,000달러) 연장전. 응원은 일방적으로 더프너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스콧은 '미국골프의 아이콘' 타이거 우즈에게서 지난주 세계 1위 자리를 빼앗은 뒤였다.
연장 첫 홀을 파로 비기고 17번홀(파4)에서 맞은 두 번째 연장. 스콧의 두 번째 샷이 그린 프린지에 떨어졌다. 반면 더프너의 샷은 홀에서 1.5m도 안 되는 거리에 붙자 갤러리들은 우승을 예감한 듯 열광했다. 하지만 스콧의 브룸스틱(대빗자루) 퍼터는 4.5m 거리에서 버디를 넣었다. 갤러리들은 탄식하면서도 스콧의 냉철한 승부근성에 박수를 보냈다.
결국 승부는 세 번째 연장(18번홀ㆍ파4)에서 갈렸다. 전 홀에서 카운터 펀치를 맞은 더프너는 두 번째 샷이 흔들려 홀에서 12m나 떨어진 곳에 멈췄다. 135야드 웨지 샷을 2m에 떨어뜨린 스콧은 더프너의 버디 퍼트가 지나가자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승이자 통산 11번째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를 넣은 스콧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젖혔다.
춘추전국에 대한 스콧의 대답은 연장 전승이었다. 이날 우승으로 스콧은 지난해 마스터스를 포함, PGA 투어에서 연장전 3전 전승을 달렸다. 텍사스에서 열린 4개 대회를 석권하는 '텍사스 슬램'도 달성했다. 1라운드에서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64위로 처졌고 4라운드도 2타 차 공동 11위로 출발하고도 스콧은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이뤘다. 이날도 위기는 있었다. 9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것. 하지만 스콧은 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잡는 저력으로 4언더파를 작성, 최종합계 9언더파로 더프너와 동타를 이뤘다. 우승을 해버렸으니 세계 3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의 결과는 볼 필요도 없이 스콧은 세계 1위를 지켰다. 스텐손은 잉글랜드 서리의 웬트워스GC(파72ㆍ7,302야드)에서 끝난 유럽 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8언더파 공동 7위에 그쳐 세계 2위로 올라선 데 만족해야 했다. 스콧은 "세계 1위 자격으로 나서는 첫 대회라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1위가 곧 완벽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되뇌며 경기했다"고 말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스콧은 세계 1위를 당분간 지킬 수도 있는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BMW PGA 챔피언십에서는 로리 매킬로이(25ㆍ북아일랜드)가 파혼의 아픔을 딛고 우승해 화제다.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하고도 6타를 줄여 14언더파로 1타 차 우승을 이뤘다. 우승상금은 약 11억원. 1년6개월 만의 유럽 투어 우승이다. 대회 직전 여자테니스 선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와의 약혼 취소를 발표했던 매킬로이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7타 차를 최종 라운드에서 뒤집은 우승은 매킬로이 생애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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