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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보 조작, 국내 피해 점검해야

국제금융시장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져 세계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각종 금융거래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런던 은행 간 금리, 즉 리보(Libor)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파문의 진원지인 영국 바클레이스를 포함해 독일 도이체방크,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12개 글로벌 은행이 이에 가담했다. 이들이 내야 할 벌금과 투자자 손해배상액은 220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볼티모어시 당국은 최근 뉴욕 연방법원에 리보 조작으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최대 연금인 캘리포니아퇴직연금과 다른 지자체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보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조작으로 피해를 봤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연기금이나 지자체가 운용자금을 은행 등에 예치하고 받은 이자가 실제보다 낮아 손해를 봤다. 둘째는 채권을 발행하면서 향후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금리 스와프를 하는 바람에 관련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리보 조작파문으로 들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국제금융거래에서 정하는 이자는 거의 대부분 리보에 일정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거의 모든 국제금융 거래가 이번 조작파문의 영향권에 있다. 우선 국내 자산운용기관들이 해당된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국제운용 자금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 각종 공기업이나 민간기업ㆍ금융기관들도 해외채권 발행과 관련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부터라도 다각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지는 손해배상 소송의 추이와 결과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간다는 기본원칙을 먼저 세울 필요가 있다. 불필요하게 미리 치고 나가 비싼 소송비용을 치를 이유가 없다. 다만 이번 조작으로 인한 피해 부문과 규모만큼은 정확히 파악해놓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인 상황전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할 때 기초자료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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