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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생색내기용 원폰 인가

정보산업부 정두환기자

최근 가입자ㆍ매출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ㆍ무선 통신서비스사업자들에게 ‘컨버전스(융합ㆍConvergence)’는 위기 탈출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지난 15일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로부터 ‘원폰(One Phone) 서비스’ 약관을 인가받음에 따라 통신시장의 ‘융합’ 경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융합’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원폰’을 둘러싼 업계의 시각은 그리 고와 보이지 않는다. 정통부가 약관을 인가하는 조건으로 내건 두가지 조항들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원폰 인가의 조건으로 제시된 것은 KT가 자회사인 KTF뿐 아니라 SK텔레콤ㆍLG텔레콤 등 경쟁사에도 이를 개방하는 한편 단말기 기술규격도 완전 공개하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원폰시장에서 시내전화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KT의 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는 ‘조건’이다. 원폰 서비스 자체가 이동전화의 유선전화 잠식을 막아보려는 KT의 전략에서 나온 것인 만큼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으로서는 KT와 제휴해 원폰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자사의 매출을 줄여 경쟁사를 도와주려는 사업자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자회사인 KTF 내부에서 조차 한때 자사 매출 감소를 우려해 원폰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을 정도다. 특히 경쟁사들이 KT와의 제휴를 통한 원폰 서비스 의지가 없는 만큼 특정 이동통신 가입자들만 이 혜택을 누릴 수밖에 없어 새로운 소비자 차별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정통부의 원폰 서비스에 대한 이번 ‘조건부 인가’를 연초부터 6개월 가까이 끌어온 정통부와 KT, 그리고 경쟁사업자간 논란이 낳은 ‘사생아’로 인식하고 있다. 결합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요금인하다. 새로 선보이게 될 원폰 서비스는 ‘요금인하’라는 알맹이가 빠진 반쪽짜리 결합서비스에 머물고 말았다. 이번 원폰 인가는 그동안 ‘소비자 편익’과 ‘유효경쟁정책’이라는 두가지 정책목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정통부가 과연 어느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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