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보편화되면서 런던올림픽 시청 문화가 종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유럽ㆍ미국 등 우리나라와 시차가 많이 나는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밤새 TV 앞에서 응원하느라 다음날 출근이 곤욕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무실ㆍ지하철ㆍ버스 등 장소에 관계없이 스마트 기기와 무선인터넷 등을 이용해 아무 때나 시청이 가능해졌고 의견까지 공유할 수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보안대책 철저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는 선수 1,000여명의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허브 사이트(http://hub.olympic.org/)를 열어 선수와 SNS 이용자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고 팔로어 숫자로 선수들의 인기 랭킹도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런던올림픽은 '제1회 소셜림픽(Socialympic)'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소셜림픽은 SNS의 머리글자인 S(Social)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로 'SNS를 이용해 실시간 소통하며 즐기는 올림픽'을 뜻한다.
그러나 남자 사이클 경기에서 관중들의 SNS 사용량이 급증,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진행당국이 1위와 다른 선수 간의 간격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자 SNS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회 공식 통신사업자인 브리티시텔레콤이 2008 베이징올림픽보다 인터넷통신망을 4배로 늘렸지만 올림픽 선수촌의 통신망이 한때 불통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 4월 이동통신 업계와 간담회를 갖는 등 '스마트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가 뒤쳐진 강원도에 적정 ICT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설계부터 꼼꼼하게 진행하고 중계방송용 주파수와 운영진ㆍ관중들이 사용할 통신 주파수 배분, 차세대 네트워크 환경과 사용행태 예측도 잘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ㆍ통신사ㆍ포털 등 관련 업계와의 협력방안,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등 안정적이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공항이나 경기장 근처의 테러ㆍ범죄 예방과 같은 물리적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해킹ㆍ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같은 사이버 보안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하루 평균 1,200만건의 사이버 공격 시도가 있었으며 이 중 30건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하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인터넷 테러와 해킹에 더 많은 인력과 보안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 구심점 역할 제대로 수행해야
평창 소셜림픽이 성공하려면 관중과 SNS 이용자들이 인터넷 에티켓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석연찮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상대 선수와 심판의 소셜네트워크를 항의성 글로 도배하고 신상 털기를 한다면 우리나라와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반대로 선수들을 격려ㆍ위로해준다면 성숙된 한국인과 코리아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평창올림픽은 '스마트 ICT 강국, 코리아'이미지를 전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림픽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인프라ㆍ보안ㆍ인터넷문화 정립 등을 잘 준비하려면 무엇보다 구심점이 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음 정권의 ICT 부처에 대한 논의가 선결돼야 하는 이유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전세계에 88서울올림픽보다 무한 진보되고 런던올림픽보다 향상된 진정한 소셜림픽의 모습을 평창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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