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닝보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추가 검토가 있을 때까지 국영석유업체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의 파라자일렌 생산설비 증설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닝보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시노펙의 공장증설에 반대하는 이 지역 주민들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연속 시내 중심가 텐이광장과 시 정부 건물 밖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시위대 규모는 수천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목격자들은 1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파라자일렌에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와 간ㆍ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수 있으며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자일렌은 무색투명의 휘발성 액체로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원료가 된다.
시노펙은 559억위안(89억달러)을 투입해 닝보시 전하이구에 위치한 공장의 석유정제 및 파라자일렌 생산설비를 확장할 계획이었다. 공장이 증설되면 파라자일렌 생산량이 연간 50만톤에서 120만톤까지 늘어난다.
이번 사태에 대해 WSJ는 중국에서도 환경 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경제활성화를 위해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각 지방정부들은 이와 유사한 '님비(NIMBYㆍ혐오시설을 기피하는 지역이기주의)' 현상에 부딪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7월에는 쓰촨성 시팡 지역에 1억6,400만달러 규모의 몰리브덴ㆍ구리 합금공장이 들어서려던 계획이 환경오염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로 철회됐다. 또 같은 달 장쑤성 치둥시에서도 일본 제지회사가 오수를 바다에 배출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려다 시위대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이와 함께 닝보시의 증설중단 결정에는 오는 11월8일 개막하는 18차 당대회 때 10년 만의 권력교체가 예정된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소요가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절박한 입장이 반영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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