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올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지만 올해도 황금종려상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트로피 하나로 쉽게 실망감을 드러내기에는 이르다. 아직 주도적인 흐름을 이어가진 못했지만 한국 영화는 22편의 쟁쟁한 경쟁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했다.
칸 현지 필름마켓에 따르면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올 칸 영화제 공식 상영 전에 이미 프랑스 배급을 확정 지었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프랑스에 소개한 프랑스 디아파나 배급사는 올해도 한국 영화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또 올 하반기에 미국 개봉이 확정됐을 뿐 아니라 일본과 멕시코, 네덜란드 등 20여개국에 선 판매 됐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역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박쥐'등을 프랑스에 선보인 와일드사이드가 배급을 맡았다.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24일 오전(현지시간) 공식 상영된 후 현지 10대 청소년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국 영화는 이처럼 더딘 걸음이지만 퇴보 없이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 당장의 수상 불발이 아쉬울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신선한 젊은 감독들이 많다. 허진호 감독,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유수의 신선한 영화 인력이 중국ㆍ미국 등 현지에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펌프에서 물을 솟구치게 하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한국 영화에는 가능성이 많은 '젊은 감독'이라는 마중물이 많이 있다. 이 마중물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과 감독 각자의 열정이 한 데 어우러진다면, 영화부문에서도 '한류'라는 저력이 시원하게 뿜어져 오를 날이 머지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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